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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좋은 일 시킨다" 총리 작심발언 후…LG-SK 고위급 나서나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2.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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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좋은 일 시킨다" 총리 작심발언 후…LG-SK 고위급 나서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의 최종 결론 시한(미국 시간 10일 오후·한국시간 11일 새벽)이 열흘 가량 남았다. 막판 정세균 국무총리의 조속한 합의에의 촉구 권유를 받아든 양사가 지난 주말(1월30~31일)을 지나면서 기존과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실무진 협상 재개? 기존 협상 태도 고수한다면 '공회전'
1일 재계에 따르면 정 총리의 지난 28일 발언이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정 총리가 "양사 최고 책임자와 연락도 해서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했다"고 말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정 총리가 이미 양사와 접촉한 후에 나온 발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 달 여 전인 지난해 12월, 정 총리가 양사 대표이사 또는 부회장급에 준하는 고위급 경영진과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이 우리 외교부 측에 부품 조달 차질을 우려해 양사 원만한 갈등 해결 요청을 전달했다는 풍문이 돌았던 시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 속 ITC 최종 판결일이 다가옴에도 양사 협상 기류에 변화가 없자 정 총리가 결국 공개발언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폭스바겐 측에 문의 결과 그런 내용의 공문을 (우리 정부에) 보낸 사실이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총리 발언 후 양사 법무팀 등을 주축으로 한 실무진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그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도 맞선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양사 실무 협상단이 공식적으로든, 물밑으로든 그 동안 논의를 하지 않아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논의 초기부터 영업비밀 침해 여부, 그에 따른 합의금 산정에 견해차가 크다보니 협상이 공회전할 수밖에 없었고 실무진이 또 만나봐야 실익이 없을 것이란 판단"이라고 말했다.

합의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합의금 규모와 그 책정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이 수 조원의 합의금을, SK이노베이션은 수 천억원 수준의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더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도 요구해왔다.

풀지 못한 고르디우스의 매듭, 총수가 끊나
실무 협상단에서 논의 진척이 없다면 양사 총수 또는 총수의 권한을 위임받은 고위급 경영진들이 나서야만 합의에 이를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지난 2019년 9월 한 차례 산업통상자원부의 중재로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총괄사장이 각각 각사 대표 자격으로 회동했었지만 진전은 없었다.

만일 총수 또는 총수에 준하는 이들이 ITC 전 합의안 모색을 위해 마주한다면 양사 모두 한 발씩 물러서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그동안 협상테이블에 올라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합의안들을 강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기보다 끊어버리는 수준의 결단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단, 이같은 만남 역시 '무위'로 돌아갈 위험 부담은 존재한다. '영업비밀을 뺏긴 상황에서 양보 운운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LG)'거나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도 이유도 없다(SK)'고 양사가 팽팽히 맞서왔는데 돌연 입장을 급선회해 어느 만큼의 대승적 결단이 내릴 수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각사 모두 상장 계열사이기 때문에 총수가 섣불리 나설 근거가 부족하단 지적도 있다. 각사 경영이 분리 운영되고 있는데다 합의의 내용이 주주 이해관계와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수 조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근거에는 영업비밀 침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얻었다고 가정되는 부당이득,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피해, 그동안의 연구개발(R&D) 비용 등이 모두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 이익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없는데다 정확히 '어떤' 영업이익을 '얼마나' 침해받았는지 제시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합의금 산정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으로 맞서온 것으로 전해졌다.

갈 데까지 가나…ITC 판결 이후 협상 돌입 가능성도
양사 모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의 '묘수'를 찾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 보낸다면 결국 미국 ITC의 판단을 구하는 수 밖에 없다.

△영업비밀침해 사실을 인정해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는 결론 △영업비밀침해를 인정하되 미국 경제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미국 대통령이 판결 후 60일 이내에 수입금지 조치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 △ITC가 지난해 2월의 예비판결을 수정(Remand)하고 사실관계에 대해 재검토 지시를 내리는 방안 등 세 가지가 예상된다.

ITC 판결 이후에도 양사 합의의 문은 열려 있음과 동시에, 판결에 불만족을 제기한 측으로부터 항소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싸고 ITC 소송을 벌여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도 지난해 12월 판결 이후 판결문 '해석 전쟁'을 벌이면서 항소를 예고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ITC 판결 이후로도 소송 리스크가 최소 수 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양사는 이미 영업비밀침해 소송 외에도 국내외 각종 특허침해 소송으로도 얽혀 있다. 무엇보다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사 관계가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더욱 돌이킬 수 없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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