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ETF 시장 두드리는 KB운용, 사실상 제로 보수 선언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2.02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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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ETF 시장 두드리는 KB운용, 사실상 제로 보수 선언


KB자산운용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국내 최저보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양분된 ETF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KB자산운용은 ETF 3종의 연간 총 보수를 업계 최저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BSTAR200(0.045%→0.017%)와 KBSTAR200TR(0.045%→0.012%), 나스닥을 추종하는 KBSTAR미국나스닥100(연0.07%→0.021%) 등이다.



국내 대표 코스피200 지수 추종 ETF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0.15%) 10분의 1 수준이다. 3개 ETF의 운용보수는 연 0.001%다. 사실상 무료 수준에 가깝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ETF 특성상 동일 지수 추종 상품 간 성과 차이가 크지 않아 장기투자 시 저렴한 보수가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최저보수는 매력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ETF를 담는 연금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ETF 최저보수 전략에 힘을 실어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증권사 연금저축계좌의 ETF 잔고는 총 1조1900여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6% 급증했다. 잔고 비중도 11.8%로 8%포인트 급증했다.

은행과 보험의 원금보장형 상품에서 증권사 연금저축계좌로 옮긴 가입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익률을 위해 은행과 보험에서 증권사로 이전한 연금저축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는 1조25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ETF 시장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독과점 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운용사들은 ETF 시장 철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보수가 낮은 ETF 특성상 규모의 경제 없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점유율이 낮은 운용사는 ETF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준 국내 ETF 시장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 52%, 미래에셋자산운용 26%로 전체 78%를 장악하고 있다. KB자산운용(6.5%), 한국투자신탁운용(4.6%), 키움투자자산운용(3.3%), NH아문디자산운용(3.2), 한화자산운용(3%) 순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ETF 상장폐지 요건(설정액 50억원, 일평균 거래대금 500만원 이상)을 충족시키는 것도 운용사 입장에서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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