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첫 폭로' 의사 리원량 추모회 봉쇄… "나라에 먹칠 말라"

머니투데이 김현지B 기자 2021.02.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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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최초로 고발하고 숨진 의사 리원량. /사진=AFP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최초로 고발하고 숨진 의사 리원량. /사진=AFP


중국 베이징의 한 예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의사 리원량을 기리는 추모전시회를 기획했으나 당국이 강제 중단시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베이징 핑구에 있는 설치미술가 왕펑의 작업실에 경찰과 철거대원이 들이닥쳤다.



당시 경찰과 철거대원들은 왕펑의 작업실에 유리창을 부수며 들이닥친 뒤 기도 중이던 왕펑을 쫓아냈다. 또한 현장 촬영을 시도하고 있던 그의 가족과 친구들을 끌고 갔다.

매체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지난 보도를 인용해 "왕펑은 앞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와 함께 리원량의 추모 전시회를 기획했고, 이에 '국가에 먹칠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핑구 구청측은 베이징 시정부가 "왕펑의 작업실이 불법 건축물이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왕펑이 받은 강제철거 결정서에는 철거된 건축자재를 팔아서는 안되고 폐기처분해야 하며 보상은 없다고 명시돼 있다.

왕펑은 "내가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일부 작품이 당국의 눈 밖에 난 것 같다"며 "그들은 불법건물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작업실을 바로 부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나를 통제하고 죽이고 싶어한다"고 호소했다.

왕펑은 앞서 2014년 중국이 산아제한 정책을 펼칠 때도 해당 정책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가 경찰에게 구타를 당하고 베이징의 최대 예술가 마을인 쑹좡에서 쫓겨난 바 있다. 당시 문제가 된 그림을 비롯해 작품 10여 점이 쑹좡 광장에 전시되자 공안이 철거 담당 관리들을 동원해 그림을 압수했다.


한편, 우한에서 안과의사로 일하던 리원량은 처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을 알린 인물이다. 앞서 2019년 12월 30일 그는 기침, 고열, 호흡곤란 등에 시달리는 환자의 검사 보고서를 입수한 뒤 의대동문 단체 채팅방 등에 공유하고 바이러스 발발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온라인에도 전파했다.

이후 그는 중국 공안국 관계자들로부터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협박성 서류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지자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8명(리원량과 그의 동료의사들)의 우한 의료인들이 인지한 사실은 진실에 부합했다"며 공안국의 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후 리원량은 진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오는 7일은 리원량의 사망 1주기이다. 왕펑은 이를 기념해 추모 전시회를 기획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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