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명가' GC녹십자 신약개발 저력 입증…2조 기술수출 '잭팟'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1.02.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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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명가' GC녹십자 신약개발 저력 입증…2조 기술수출 '잭팟'


GC녹십자랩셀 (37,950원 ▲500 +1.34%)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역대 3번째 규모에 달하는 2조원대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2009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인 NK세포치료제 관련 기술이 빛을 발했다. 업계에선 이번 초대형 기술수출로 GC녹십자그룹이 백신 이외의 신약 개발에서도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백신 명가’ 이미지를 넘어 K바이오 대표기업으로 우뚝 서는 모습이다.

-GC녹십자, 역대 3번째 기술수출 잭팟-
그룹은 녹십자 (112,000원 0.00%)(백신·혈장치료제)를 필두로 △녹십자홀딩스 (15,630원 ▼80 -0.51%)(지주회사) △녹십자엠에스 (4,085원 ▼30 -0.73%)(체외진단키트·혈액투석액) △녹십자셀 (38,550원 ▼450 -1.15%)(면역세포치료제) △녹십자웰빙 (10,280원 ▲80 +0.78%)(영양치료주사제·건강기능식품) △녹십자랩셀(NK세포치료제) 등 6개의 상장사를 두고 있다.



‘녹십자’ 브랜드를 가장 대표하는 이미지는 백신이다. 백신제제를 주력 사업으로 세계 최초 유행성출혈열 백신, 수두백신 등을 개발했고 세계에서 12번째로 독감백신을 자체 생산하며 독감백신 강국을 이끌었다.

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세포치료제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녹십자셀과 녹십자랩셀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시장 진출과 R&D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세포치료제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백신명가' GC녹십자 신약개발 저력 입증…2조 기술수출 '잭팟'
이 같은 전략은 2조원대 ‘기술수출 잭팟’으로 이어졌다. 녹십자랩셀에 따르면 미국에 설립한 NK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아티바와 미국 MSD 간 CAR(키메릭항원수용체)-NK세포치료제 공동개발 관련 계약이 체결됐다. 규모는 18억6600만달러(2조862억원)에 달한다.

2조원대 계약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수출이 본격화한 2015년 이후 체결된 단일계약(권리반환·계약파기 미포함)으로는 한미약품(5조1845억원)과 알테오젠(4조6770억원)에 이은 역대 3번째 규모다.

MSD와 아티바, 아티바와 녹십자랩셀로 이어지는 이번 계약에 따라 이들 회사는 총 3가지 고형암에 대한 CAR-NK세포치료제를 공동개발한다. MSD는 향후 임상 개발과 상업화에 대한 전 세계 독점 권리를 갖게 된다.


특히 이번 계약은 특정 신약 후보물질 자체를 넘겨 단발성으로 끝나는 일반적인 계약과 다르다. 플랫폼 기술에 대한 이전이기 때문에 또 다른 글로벌 빅파마와 추가적인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

국내에서만 개발·임상 중이던 NK세포치료제와 CAR-NK 개발 플랫폼 기술에 대한 빅파마의 1차 검증이 완료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포치료제에 필요한 대량생산, 동결건조 등 다양한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녹십자랩셀 관계자는 “아티바는 앞으로도 녹십자랩셀의 다양한 NK세포치료제에 대한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이번 계약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향후 추가적인 플랫폼 기술수출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R&D 투자 2배 확대 성과 속속-
'백신명가' GC녹십자 신약개발 저력 입증…2조 기술수출 '잭팟'
녹십자랩셀의 대박 배경에는 축적된 R&D 역량이 있다. 그룹은 단기 이익 대신 글로벌 진출을 위한 R&D에 집중했다. 전체 매출에서 R&D 지출 비중은 2015년 18.5%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30% 수준으로 늘었다. NK세포치료제는 2009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NK(Natural Killer, 자연살해) 세포는 암이나 바이러스 등 비정상 세포를 1차적으로 제거하는 선천 면역세포다. 타인에게 이식 가능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항암 면역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녹십자랩셀과 녹십자홀딩스는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2019년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 현지 법인으로 아티바를 설립했다. 녹십자랩셀은 2019년 11월 아티바에 NK세포치료제와 관련한 기술을 이전하며 본격적인 개발에 속도를 냈다.

아티바는 지난해 6월 7800만달러(93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항체치료제 병용 제대혈 유래 NK세포치료제인 ‘AB101’과 차세대 ‘AB200’ 시리즈 개발에 투입했다.

녹십자랩셀은 이번 계약을 성사시킨 기술 개발에 200억원 이상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부터 수백억원의 비용을 사용하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업계의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R&D에 매진하며 기술수출 대박 신화를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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