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과 최정우…두 남자의 이유있는 브로맨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1.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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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공유의 장’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12.3/뉴스1(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최태원 SK회장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공유의 장’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9.12.3/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외로웠다. 기업이 이윤창출을 넘어서 사회적가치(SV) 창출에까지 나서야 한다고 부르짖은게 이미 2017년이었다. "정부의 영역에만 맡겨놓을 수 없다, 기업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그의 취지에 대부분 공감했다. 그러나 아직 최태원 뿐이었다.



때마침 사업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SK하이닉스에 도시바를 인수하며 반도체 비즈니스가 절정을 맞았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고도화에 이어 전기차용 배터리(2차전지) 양산에 들어가며 미래 성장동력을 가동했다. 내수위주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은 그때야말로 사회적가치 고도화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측정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측정'에 들어갔다. 사회적가치 창출 정도를 계열사 실적으로 환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재계 전반 동참까진 갈 길이 멀었다. "사업이 잘 되니 할 수 있는 주장"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때 최정우 포스코(POSCO) 회장이 나섰다. 2018년 취임 일성으로 '기업시민' 철학을 내세웠다. 기업이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주장한 사회적가치의 포스코 판 해례본이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최정우 회장 취임 직전 기업시민 철학 구체화 지시를 받은 양원준 기업시민실장은 SK그룹 사회적가치 콘텐츠를 받아들고 무릎을 쳤다. 다시 태어날 포스코를 준비하기 위한 최적의 참고자료였다. 사회적가치 철학을 심화 발전시킨 기업시민 철학이 탄생했다.

SK그룹의 SV추진위원회와 포스코 기업시민실은 최근까지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사회적가치 창출 아이템을 수시로 주고받고 아이디어도 공유한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9년 12월 포스코를 찾아 특별강연한게 백미다. 본인의 생일이었다. 포스코에서 강연 후 생일파티까지 준비했다.


최태원 회장을 맞이한 포스코 직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캐주얼 복장 차림으로 직원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포스코 조직문화에도 영향을 줬다. 최태원 회장과 최정우 회장의 관계도 매우 친밀하다. 평소 수제맥주 등 소소한 선물도 주고받을 정도다.

두 사람은 29일 포스코 포항사업장에서 도시락 봉사활동을 펼친다. 최정우 회장의 초청에 최태원 회장이 이번에도 흔쾌히 응했다. 두 총수의 만남을 보는 세간의 시선은 사업 협력에 쏠린다. SK그룹과 포스코 양쪽 모두 '봉사활동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다양한 사업적 해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양사의 사업 협력은 현재와 미래로 나눠 전망해야 한다. 포스코케미칼은 SK그룹 핵심 사업인 배터리 핵심 부품인 음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안정적인 음극재 공급은 배터리 사업의 성패와 직결된다. 양사가 사업으로 연결된 실제 사례다.

더 눈길을 끄는건 미래다. 양사 모두 미래 성장동력으로 수소를 점찍었다. 포스코는 수소전문기업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오는 2025년까지 연간 7만톤 부생수소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수소공급망과 수소발전사업을 아우르는 투자계획을 발표한 SK그룹과 사업상 접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SK그룹은 별도로 수소사업추진단을 발족시켰다. 최근 지주사이자 투자전문회사 SK㈜를 통해 계열사 SK E&S와 공동으로 15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 수소 사업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플러그파워 최대주주가 됐다. 수소투자와 기술확보 신호탄을 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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