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유충·관음충?…남성을 벌레에 비유한 논문 철회하라" 靑청원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1.2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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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한 대학 강사가 남성을 비하하는 논문을 썼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가운데, 누리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남성을 벌레에 비유…사회적 용인 수준 넘어" 국민청원
지난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 철학과 강사의 남성혐오 논문을 취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해당 대학 철학과 강사는 2019년 논문에서 남성을 한남충·한남유충·성충이라 칭하면서 공공연하게 증오를 표현했다"며 "특히 남성 어린이들을 벌레에 비유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학문의 자유를 논하기엔 사회적 용인 수준을 벗어났다"며 "혐오와 차별을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 강사가 편견을 드러내는 논문을 썼다. 이를 통과시킨 대학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특히 어린이를 비하한 것은 학대에 해당한다"며 "차별인식을 드러낼 정도로 인권의식이 부재한 사람이 교육계에 몸담고 있다는 건 큰 문제다. 조치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청원은 29일 오전 8시30분 기준 2200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해당 논문, 2019년 KCI 등재…"한국 남아, 어떻게 관음충 되나"
29일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는 청원인이 문제를 제기한 A씨 논문이 등재된 상태다. 30페이지 분량의 이 논문에는 "본 논고는 불법촬영물이라는 특정 포획물을 기반으로 분포하는 '관음충'에 대한 형태발생학적 고찰"이라며 "디지털 성범죄를 추동시키는 관음충이라는 특정 군집구성체가 어떠한 젠더와 조건을 중심으로 발생, 생장, 증식을 거듭하는지 추적하는 것"이라고 나와 있다.


A씨는 논문에서 "한국에서 태어난 남아가 어떻게 관음충으로 집단 생장과 진화를 하는지 분석하고, 왜 관음충이 개체적 발생이 아닌 군집구성체적 발생인지에 대해 고찰할 것"이라며 논문작성의 취지를 밝혔다.

또 "두 용어(한남유충과 한남충)들이 가진 함의가 단순한 낙인의 의미반경으로 축소되지 않는 사회문화적 지점은 무엇인지 파헤쳐보고자 한다"며 "이 용어들이 탄생한 배경과 그것들이 겨냥하는 바가 무엇인지, 연동관계를 철학적으로 분석해낼 것"이라고도 했다.

아울러 "한남유충과 한남충, 관음충은 한국 남성에 대한 혐오용어로서 금기시돼야 하는가"라며 "그렇다면 이제껏 가부장제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을 표적으로 했던 혐오용어들(김치녀, 된장녀, 꽃뱀, 맘충, 룸나무)의 고안자와 사용자는 누구였는가"라고 반문했다.

A씨는 논문에서 '한남유충'이라는 용어와 관련해 "이 용어를 단순한 어린이 혐오로 환원시킬 수 없는 이유는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된 한남충에 대한 발생학적인 탐사모델 분석을 통해, 한남충 탄생의 기원과 계보를 밝히고자 고안된 용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누리꾼은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논문과 관련해 교육부에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오른쪽)/사진=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온라인 커뮤니티(오른쪽)한 누리꾼은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논문과 관련해 교육부에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오른쪽)/사진=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 온라인 커뮤니티(오른쪽)
"남성 비하한 논문" vs "필요한 분석 논문"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저런 말을 당당하게 논문에 써도 통과가 되나", "한녀유충·낙태충·한녀충 논문을 썼다면 저자는 매장된다", "충분히 불쾌할 만 하다. 공론화돼야 한다"며 비판에 나섰다.

한 누리꾼은 "교육부랑 국가인권위, 두 군데에 민원넣었다"며 "A씨가 강사로 재직하는 대학에도 항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남성 혐오는 존재할 수가 없다", "논문 읽어는 봤나. 남성중심사회에서 탈피하려고 만들어진 용어들을 분석하는 것", "여성 혐오하던 남성들부터 반성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다. 저런 논문도 필요하다고 본다"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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