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멈췄던 삼성 M&A 시계 다시 돈다…"3년 내 빅딜" 공식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박소연 기자 2021.01.28 16:22
글자크기
4년 멈췄던 삼성 M&A 시계 다시 돈다…"3년 내 빅딜" 공식화


'영업이익 36조원, 시설투자 38조원, 배당 13조원, 3년 내 M&A(인수합병) 빅딜 추진.'



삼성전자 (81,200원 ▲400 +0.50%)가 28일 지난해 실적과 주주환원정책 등을 발표한 직후 시장에 돈 짤막한 메모다. 삼성전자의 최근 상황과 미래 준비가 압축적으로 담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놓은 이른바 '뉴삼성 비전 종합판'이다.

36조 벌어 38조 투자…'삼전 클라쓰'
삼성전자의 현실은 36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과 38조원을 넘어선 시설투자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36조8070억원, 35조993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는 38조5000억원. 벌어들인 돈보다 미래투자에 더 많은 자금을 쓴 셈이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올해 30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힌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도 지난해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외신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에 이어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례적 M&A 예고…"삼성은 계속 가야 한다"
4년 멈췄던 삼성 M&A 시계 다시 돈다…"3년 내 빅딜" 공식화
시장이 더 주목하는 것은 M&A 예고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최고재무책임자·사장)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지난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신중하게 검토했다"며 "의미 있는 M&A를 향후 3년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만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시기까지 지정해 M&A 계획을 언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례다. 분초를 다투는 기술력과 경영전략의 세계에서 남보다 먼저 패를 공개하는 것은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발표를 두고 이 부회장이 지난 26일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옥중 메시지'의 후속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 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선제적 투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 부회장 재구속 이후 제기된 투자 지연 우려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형엔진 물색…'옥중경영' 신중 접근
삼성전자가 눈여겨볼만한 분야로는 글로벌 유망 반도체·AI(인공지능) 업계가 첫 손에 꼽힌다. AI·5G(5세대 이동통신)·바이오·전장(자동차 전자장비부품) 등 4대 분야를 미래성장동력으로 선정한 데 이어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목표로 2030년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 비전을 밝히면서 관련 분야에서 '신형 엔진'을 물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2017년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M&A 시장에서 사실상 손을 뗀 이후 엔비디아(ARM 인수), AMD(자일링스 인수), 퀄컴(누비아 인수), SK하이닉스(인텔 낸드플래시부문 인수) 등 경쟁업체들은 유망기업을 싹쓸이하다시피 '쇼핑'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16조원을 넘어섰다"며 "곳간 상황이나 시장 위상, 글로벌 전략을 감안할 때 오히려 최근 3~4년을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규모 M&A가 임박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하고 옥중 경영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장 빅딜 결단이 나오긴 쉽지 않다. 최윤호 사장이 '3년'이라는 기한을 제시한 것도 이 부회장의 수감 기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영업이익 46조 전망…반도체·폰 수요 기대
4년 멈췄던 삼성 M&A 시계 다시 돈다…"3년 내 빅딜" 공식화
단기적으로 올해 실적 전망은 지난해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예상 영업이익이 46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0조원 이상 늘 것으로 보인다.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파운드리 마진도 안정적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0%대다. 삼성전자는 25.8%였다.

예년보다 한달 이상 앞당겨 출시한 '갤럭시S21'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사전 예약 물량이 30만대 수준으로 전작인 '갤럭시S20'보다 20% 이상 많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