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 무릎 꿇은 '주식 천재들'…돈도 잃고 커리어 최악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1.01.2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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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주요 헤지펀드 10~30% 손실

스티브 코헨 포인트72에셋매니지먼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스티브 코헨 포인트72에셋매니지먼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스티브 코헨, 댄 선하임 등 '주식 천재'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최근 몇주간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을 상대로 시작한 전쟁에서 우선 패한 것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단 한번,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가 월스트리트(금융·시장)에 이기고 있다. 주식 온라인 채팅방에서 개미들이 똘똘 뭉치면서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스탑을 포함한 일부 주식들의 '광적인 거래'로 인해 이들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지난 며칠간 입은 손실은 이들의 커리어에서 '최악'으로 기록될 정도다.



코헨이 이끄는 포인트72에셋매니지먼트는 이달들어 10~15%의 손실을 봤다. 선하임의 D1캐피털파트너스 역시 20% 손실을 봤다. 게이브 플롯킨의 멜빈캐피털은 게임스탑 공매도로 올들어 지난주 금요일(22일)까지 자본(125억달러)의 15%에 달하는 손실을 냈고, 이날 손실폭이 30%까지 커졌다.

D1캐피털파트너스는 작년 가장 수익률이 좋은 헤지펀드 중 하나였고, 스타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플롯킨이 2014년 설립한 멜빈캐피털은 연평균 30% 수준의 높은 수익률을 올려온 곳이다.

이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모두 지난해 코로나19 급락장에서 큰 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때 주식시장에 함께 뛰어든 수많은 '로빈후드 투자자'(개미)들은 이제 이들 천재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대항할 수 없는 '새로운 힘'을 만들어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공매도 비중이 큰 종목을 찾아 개인투자자들이 주가를 급등시켜 숏스퀴즈를 부르는 현상이 게임스탑 등 몇몇 종목에서 나타나고 있다.

숏스퀴즈란 주가 하락을 예상해 공매도한 투자자들이 주가가 상승했을 때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대량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숏포지션은 공매도를 했던 종목의 주식을 다시 사들여야 하기때문에 주가 폭등을 야기한다.

미국에서는 게임스탑을 대표로 AMC엔터테인먼트, 블랙베리,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익스프레스 등이 공매도 잔량이 많다는 이유로 숏스퀴즈를 노린 개인들이 몰리는 가운데 주가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멜빈캐피탈은 대규모 손실을 보고 게임스탑 숏포지션을 청산하기도 했다. 숏스퀴즈에 몰린 기관들과 이를 부추기는 개인투자자들의 대결이 벌어지는 가운데 게임스탑의 주가는 최근 10거래일간 무려 1643.91%나 올랐다.

손실은 몇몇 스타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그치지 않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여러개 기업에서 큰 손실을 봤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최근 헤지펀드 업계 전반으로 고통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헤지펀드가 가장 선호하는 주식을 추적하는 골드만삭스 헤지 인더스트리 VIP ETF는 5거래일 연속 하락 중으로, 27일 무려 3.97%나 하락했다.

코헨의 펀드는 지난해 수익률 16%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미국 프로야구 구단 뉴욕 메츠(New York Mets)를 24억달러(약 2조8300억원)에 사들인 억만장자 코헨은 평소 뉴욕 메츠에 대해서만 트윗하는 본인의 습관을 깨고 "주식꾼들이 계속 오고 있다(Hey stock jockeys keep bringing it)"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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