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심리라며 세대 갈등이 방역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뒷받침할만한 통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올해 1월 27일까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불량 착용으로 적발된 14명 중 2명을 제외한 12명이 50대(4명)·70대(8명)이었다. 전체 적발 건수에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건수는 모두 남성이었다.
등산용품 판매원으로 근무하는 양모씨(28)는 "가게에 50대 중반~60대 이상 손님이 많이 오는데, 고집이 세고 말을 잘 안 듣는다"며 "턱스크를 쓰거나 마스크를 제대로 써달라는 요구를 무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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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고모씨(26)는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중장년층이 늘어날수록 젊은층과의 갈등도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20대도 욕 먹는다…'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땐 공격 대상
경찰이 단속을 나오자 A클럽라운지는 일반 술집처럼 조명을 밝게하고 음악을 껐다. 하지만 경찰이 떠나자 '클럽'으로 변했다.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사진=머니투데이 취재팀
총 277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태원 클럽에서는 20~30대 방문자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에게까지 번지면서 최대 7차 전파 사례까지 나왔다. 특히 이태원 클럽을 다녀오고도 비판 여론을 의식해 동선을 숨긴 인천의 20대 학원 강사 탓에 8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용인에 거주하는 임모씨(58)는 "할로윈 때에도 이태원에 젊은 사람들이 쏟아졌다"며 "우리 세대는 피치 못할 일이 아니면 안 나가는데 젊은 세대는 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에 거주하는 민모씨(51)는 "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 간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아들이 술 약속이 있다고 하면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구체화되는 세대 간 갈등, 격화되면 '방역 동력 상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도에 이르는 등 전국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19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옷을 두텁게 입은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2021.01.19. [email protected]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재난상황에서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원래 우리 사회에 있었던 혐오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자 분열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코로나19 시대에서 우리의 적은 코로나19이지 특정 세대가 아니다"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분열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시기인데 세대 갈등이 계속된다면 코로나19에 대처할 동력을 낭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층에 대한 혐오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면 법적 차별로도 볼 여지가 있다"며 "방역 피로감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용의 자세로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갈등 해소의 기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