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배송물량 쏟아지는데 박스 없어 '발동동'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이재윤 기자 2021.01.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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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뉴스1) 김진환 기자 = 구정 연휴를 한 달 앞두고 제지업계와 골판지업계가 일제히 상자대란 차단에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일부 골판지 공장에 화재가 나는 등 악재가 겹치며 택배상자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지자 제지업계는 신문용지를 만드는 대한제지와 나투라페이퍼가 골판지 원지 생산설비 도입을 진행 중이다. 신문용지용 기존 설비를 개조해 골판지 원지 생산용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사진은 14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한 골판지 제조업체에서 생산되는 골판지. 2021.1.14/뉴스1(김포=뉴스1) 김진환 기자 = 구정 연휴를 한 달 앞두고 제지업계와 골판지업계가 일제히 상자대란 차단에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일부 골판지 공장에 화재가 나는 등 악재가 겹치며 택배상자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지자 제지업계는 신문용지를 만드는 대한제지와 나투라페이퍼가 골판지 원지 생산설비 도입을 진행 중이다. 신문용지용 기존 설비를 개조해 골판지 원지 생산용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사진은 14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한 골판지 제조업체에서 생산되는 골판지. 2021.1.14/뉴스1


"포장박스가 없어 뽁뽁이로 감싼 뒤 비닐에 싸서 배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에서 식자재를 판매하는 A 대표의 하소연이다. 그는 "설을 앞두고 물량이 크게 늘면서 포장박스를 여러 곳에 주문했지만 재고가 없어 최소 20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 당장 비닐로 감싸서 배송하고 있는데 손님들의 불만이 높아져 이마저도 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박스가 없어 제품을 못팔아 설 대목을 망치는 업체들이 주위에 많다"고 했다.

설 대목을 앞두고 '박스대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골판지를 만드는 원지 재료 부족으로 박스 생산은 줄었는데 코로나19(COVID-19)로 택배 배달이 크게 늘어난 데다 설 명절 선물세트 수요까지 겹친 결과다. 박스가 품귀현상을 보이자 미리 박스를 확보하려는 가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골판지 박스는 원료인 원지로 골판지의 겉면과 구불구불한 골심지인 원단을 만들고, 원단으로 골판지를, 골판지로 박스를 제작한다.

박스대란은 지난해 10월 국내 원지 생산량의 7%(월 3만톤)를 담당하는 대양제지 안산공장에서 불이 나 원지 생산이 줄어든 게 발단이 됐다. 화재로 원지 납품 단가가 평균 25% 올랐고 원지로 만드는 골판지와 박스 가격도 덩달아 뛰게 됐다. 여기에 불안 심리로 가수요가 붙으면서 박스 부족 현상이 석달째 이어지고 있다. 박스를 사재기 해 물량을 비축해두고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업자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설을 앞두고 물량 부족을 예상한 관련 업체들의 가수요까지 발생하면서 골판지 시장은 (수요에 비해) 30% 이상 물량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B 대표는 "원지가격이 전년대비 150% 가량 오른 것 같다. 박스 가격도 덩달아 올라 2000원에 박스를 판매하는 곳이 있다"면서 "비싼 가격에라도 박스를 구하려해도 물량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스 대란이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친환경 재활용 박스나 특수 재질 박스 등으로 대체제를 찾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골판지·박스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폐지 수입 신고제 이후 원료인 폐지 수입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수요는 크게 늘어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골판지용 원지 생산을 늘리고 수출을 자제하는 등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지만 설비와 시간 부족으로 당장 설 대목 박스대란은 불가피하다"면서 "골판지의 수급 불균형이 더 심각해지면 물류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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