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벗겨서 성폭행 아냐" 인도 12살 성추행범… 무죄 판결

머니투데이 김현지B 기자 2021.01.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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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인도 여성들이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지난 2018년 인도 여성들이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


인도 법원이 옷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행한 행위는 성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지난 19일 인도 뭄바이 고등법원의 푸슈파 가네디왈라 판사는 39세 A씨가 12세 소녀를 상대로 몸을 더듬는 등 성폭행을 저지른데 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판결의 이유로 "A씨가 여자아이의 옷을 벗기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 공격(sexual assault)에 해당하지 않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6년 12월 구아바를 준다며 아이를 집으로 유인한 뒤 가슴을 만지고 속옷을 벗기려고 하는 등 성추행을 가했다. 하급심에서는 이같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A씨는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이에 지난 19일 열린 재판에서 고등법원은 "피부가 서로 맞닿지 않았기 때문에 징역을 받을 만한 성추행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비교적 처벌이 약한 성희롱 혐의는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판결을 내린 가네디왈라 판사는 "처벌의 엄격성을 고려할 때 더 구체적인 증거와 심각한 혐의가 요구된다"며 "범죄에 대한 처벌은 범죄의 심각성에 비례하는 것이 형사법정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인도 현지에서는 온라인과 여성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른 하급 법원들과 고등법원에 선례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여성 운동가들은 "부끄럽고 터무니없고 충격적인 판결"이라며 목소리를 냈다.


대법원의 카루나 눈디 대법관 또한 "법에 완전히 반하는 판결"이라며 "이 같은 판결은 소녀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처벌받지 않도록 할 것이다. 판사들도 기본권에 대해 재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의 현행 성범죄 아동보호법은 성폭행 범죄를 구성하기 위해 피부와 피부 접촉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인도 국가여성위원회는 "(이번 판결이) 여성의 안전과 안보를 수반하는 각종 조항에 대해 폭포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판결에 법적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인도는 성폭력·성추행 사건 발생 빈도가 매우 높은 국가에 속한다.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매일 88건에 달하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건 관련 유죄판결 비율은 약 27% 정도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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