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공장 입지 갈등 '봉합'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1.01.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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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넥실리스-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공장 입지 갈등 '봉합'


2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일렉포일) 생산 공장의 말레이시아 입지 문제를 놓고 빚어진 SK넥실리스와 일진머티리얼즈의 갈등이 봉합됐다. SK넥실리스가 첫 해외공장 부지를 일진머티리얼즈가 위치한 말레이시아 쿠칭에서 1000km 떨어진 코타키나발루로 확정하면서다. 양사는 말레이시아에서 2차전지 산업 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SK넥실리스는 지난 26일 오후 이사회를 통해 해외 첫 생산거점으로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 KKIP공단을 낙점했다. 6500억원을 투자해 연 4만4000톤 규모 생산능력의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오는 2023년 가동 목표다.



말레이시아는 동박 제조에 핵심인 전력 공급 면에서 유리한 곳이다. 동박은 티타늄 드럼에 구리를 전착시켜 만들기 때문에 제조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는 전력 공급이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공급 가격도 국내 절반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또 국내보다 인건비가 30% 넘게 저렴해 원가 경쟁력에 유리하다.

이를 근거로 일진머티리얼즈는 2017년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진출해 2019년부터 연 1만톤의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경쟁사인 SK넥실리스가 쿠칭 옆에 해외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 계열사가 같은 지역에 들어설 경우 현지 생산인력, 정보·기술 유출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측은 "초창기 어려움을 딛고 이제 현지 직원들의 숙련도를 끌어올렸는데 바로 옆에 SK 계열사 공장이 들어오면 정보·기술 유출과 숙련된 생산 인력의 이직 및 엔지니어의 유출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부분에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사의 싸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옆에 SK넥실리스가 공장을 지으면 자국 기업간 분쟁으로 인한 소모전과 기술유출 우려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에도 일진머티리얼즈는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를 찾아가 말레이시아 진출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결국 SK넥실리스는 지난해 말 해외공장 부지를 결정하려 했으나 해를 넘겨 첫 해외진출 지역을 결정하게 됐다. 일진머티리얼즈와의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으로 해석된다. SK넥실리스 측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내린 이상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일진머티리얼즈는 SK넥실리스의 선택에 환영을 표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진머티리얼즈 관계자는 "SK넥실리스가 자사 공장이 있는 쿠칭 인근에 공장을 짓지 않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2차전지 산업 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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