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한국판 '마블' 탄생…페이지·M 합친 카카오, 'K-콘텐츠' 글로벌 정복 나선다(종합)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1.01.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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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지·카카오M 합병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출범…오리지널 IP 확장해 글로벌 시장 접수 목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카카오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카카오


카카오가 웹툰·웹소설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와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카카오M을 하나로 합친다. 이를 통해 ‘한국판 마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한다. 매출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카카오 자회사 간 첫 대규모 합병으로, 콘텐츠 관련 역량을 합쳐 글로벌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맞수 네이버가 글로벌 1위 웹소설업체 왓패드를 인수하는 등 콘텐츠 IP 확보에 주력하는 행보와 맞물리며 시장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을 무대로 콘텐츠 전쟁이 본격 점화된 것이다.
오리지널 IP 글로벌 전파…카카오 웹툰·웹소설, 드라마로 기획·제작·공급까지 가능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는 26일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최종 승인 한 뒤 3월 1일 합병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합병비율은 양사의 기업가치와 발행 주식수를 반영해 카카오페이지 1대 카카오M 1.06으로 책정됐다. 이번 계열사 합병은 글로벌 콘텐츠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내 오리지널 IP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며 관련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김 의장의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합병의 핵심은 카카오페이지의 웹툰·웹소설 플랫폼 네트워크와 카카오M의 음악·영상 등 콘텐츠의 결합이다. 카카오의 오리지널 IP를 활용한 2차 창작물을 효율적으로 전세계에 전파하면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카카오페이지의 웹툰을 카카오M이 드라마·영화로 만들고, 이를 기존 웹툰 플랫폼으로 공급하는 그림도 가능하다.



카카오페이지는 약 8500개의 원천 스토리를 보유한 국내 최대 IP사다. 일본·북미권·중화권·동남아 지역에 걸친 10개국에 걸쳐 글로벌 진출도 추진해왔다. ‘이태원클라쓰’, ‘경이로운 소문’ 등 카카오페이지의 IP는 드라마·영화로 확장되며 짭짤한 흥행성과를 거뒀다.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는 카카오재팬의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웹툰 ‘나 혼자 레벨업’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올 정도다.

카카오M은 연예인 매니지먼트 7개사와 음악 레이블 4개사를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영화·제작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또 ‘미생’, ‘시그널’로 유명한 김원석 감독 등 스타 제작자들과 150여명의 배우들을 보유해 수준높은 영상 콘텐츠를 기획·제작할 수 있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M 대표 간 시너지도 기대가 크다. 이들은 각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 합병 법인을 이끌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진화와 혁신을 만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왼쪽), 김성수 카카오M 대표./사진=각사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왼쪽), 김성수 카카오M 대표./사진=각사
글로벌서 네이버와 맞대결…'왓패드 인수·CJ 혈맹'으로 IP 확보·영상제작 역량 갖춰
이번 합병으로 콘텐츠 IP 확보에 매진 중인 네이버와 격돌이 불가피해졌다. 네이버는 최근 글로벌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약 6533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왓패드는 월 9000만명의 이용자와 10억 편에 달하는 콘텐츠를 보유했다. 왓패드와 네이버웹툰 이용자 수를 합산하면 네이버는 월 1억6000만명이 이용하는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가 된다. 네이버 역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겨냥한다. 국내 웹소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왓패드의 IP를 웹툰이나 영상으로 제작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앞서 네이버는 웹툰 IP를 활용한 영화·드라마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기 위해 CJ ENM과 혈맹 관계를 구축했다. 콘텐츠 왕국 CJ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으며 그간 약점으로 부각된 영상 제작 능력을 보완한 것. 이를 계기로 네이버,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은 각자의 IP, 플랫폼, 제작 역량 등을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스위트홈’이다. 네이버웹툰 기반의 드라마 ‘스위트홈’은 네이버의 스튜디오N과 CJ ENM의 스튜디오 드래곤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스위트홈’은 공개 4일만에 1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현재까지도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네이버는 드라마, 영화 등 2차 창작물을 네이버TV 등 보유한 플랫폼을 통해 한국은 물론 일본·동남아 등 글로벌 주요 거점 시장에 보급할 수도 있다.

네이버는 엔터 플랫폼 시장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지분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양사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와 네이버의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라이브’를 중심으로 협업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버웹툰 기반의 드라마 '스위트홈'/넷플릭스네이버웹툰 기반의 드라마 '스위트홈'/넷플릭스
IPO 앞두고 '몸값 불리기' 나섰나…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업가치 7조원 전망
카카오페이지가 올해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합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카카오페이지는 NH투자증권 등을 주관사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카카오페이지가 카카오M과 합병하면서 기업 가치를 극대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양사의 시너지가 확대되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일부 부정적 시각을 잠재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후 양사의 매출은 1조 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양사간 시너지를 내며 각사의 매출을 더한 수치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약 7조원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선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기업 가치를 각각 약 5조원, 2조원 수준으포 평가하고 있다. 카카오가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엔 IPO가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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