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권사 간 '파킹거래' 인정…현대차증권 170억 배상책임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1.01.2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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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서울고법, 현대차-신영-유안타 증권사 간 파킹거래 인정

/사진=뉴스1/사진=뉴스1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채권 부도사태 당시 증권사 간 파킹거래가 있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파킹거래는 증권사 등이 매수 한도를 넘어 채권을 매수하고 거래 상대방에게 이를 보관하게 하는 불법적 거래 관행이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12-3민사부(부장판사 이승한)는 유안타증권이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현대차증권은 103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차증권 직원 A씨는 투자증권 등으로부터 매수하기로 한 기업어음 960.5억원 중 자사 내부 보유한도 600억원을 초과한 360.5억원을 다른 회사에 일시적으로 보관했다"며 "이 과정에서 현대차증권이 일정 기간 내에 다시 기업어음을 매수하거나 제3의 매출처로 하여금 매수하도록 하는 전제 아래 유안타증권으로 하여금 기업어음을 매수해서 보관하게 하고도 그중 일부만 매수하고 나머지 기업어음을 매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어음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를 부여했는데도 이유 없이 매매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들 사이에 파킹거래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신영증권이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소송에서도 현대차증권이 신영증권에 6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두 사건을 합치면 현대차증권이 배상해야 할 액수는 약 170억원이 된다.

이번 사건은 2018년 5월 CERCG 자회사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한국에 발행되면서 시작됐다. 해당 회사채는 얼마 못가 부도처리됐다. 이에 따라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국내에서 발행한 ABCP도 부도처리됐다. 이에 유안타증권가 신영증권은 현대차증권이 기업어음을 매수하기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도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각 148억원, 98억원의 매매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이들 증권사 사이에 기업어음을 매수하기로 하는 확정적, 구속력 있는 의사합치가 없었다는 이유로 현대차증권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이를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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