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기재부 "남녀차별 시정하자는 취지"24일 기재부와 복수의 공공기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일선 공공기관에 '군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자격을 정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인사제도 개선 공문을 내려보냈다. 대상은 36개 공기업, 95개 준정부기관, 209개 기타공공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이다.
반면 수자원공사 등은 군경력을 호봉에 반영해 급여산정시에만 인정할 뿐 승진심사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의 조치는 이처럼 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던 내부 승진심사 지침을 '군경력 미반영'으로 통일하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관련된 민원이 여러 차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라며 "민원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제기 당사의 정보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본적인 취지는 공공기관의 승진심사에서 남녀 차별 요소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시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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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고 싶어 갔나" VS "누군 안 가고 싶어 안 갔나"
산불피해 현장에 동원된 군인들. /사진=고성(강원)=김휘선 기자 hwijpg@
한 공기업 임원은 "근속이 오래된 남자 직원들은 이미 재직연수에 군경력을 반영해 승진심사에 적용해왔다"며 "이를 갑자기 없애면 남녀간 차별문제 뿐만 아니라 연차에 따른 남남 갈등, 노노갈등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기타공공기관 관계자는 "군대 경험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업무를 맡는데 이를 경력으로 인정해줄 근거가 부족하다"며 "호봉까지는 국가에 봉사한 데 대한 금전적 보상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재직연수에 군 경력을 반영하는 건 오히려 군대에 다녀오지 못한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라고 바라봤다.
당장 이번 조치의 적용을 받게 된 저연차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선 의무적으로 병역을 이행한 이들의 불만과, 병역을 이행할 수 없었기에 차별을 받는 건 부당하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맞붙으며 갈등을 빚고 있다.
공공기관들 "기재부 말을 어찌 거역하리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조직 구성과 인원 제한, 예산까지 모든 게 기재부 손아귀에 달린 입장에서 '단순 가이드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번 조치를 무시할 수 있는 기관은 단 하나도 없다"며 "결국 인사제도를 바꿔 기재부 지시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기재부의 공문은 군경력을 '근속연수'로 반영하지 말라는 취지로 읽힌다"며 "'승진심사시 군경력 가점 반영' 등을 통해 기재부 지시를 거역하지 않으면서도 군필자들이 역차별당하지 않는 제도개선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