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파워텔은 산업용 무전기 등 무전통신 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KT의 계열사로 2010년 연매출이 127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LTE(4세대 이동통신), 5G(5세대 이동통신) 등으로 급변한 이동통신 시장 변화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시장에서 고전해왔다. 2019년 매출액은 627억 원까지 줄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무전통신 서비스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사실상 독점해왔던 무전통신 서비스 시장에 SK텔레콤이 가세하면서 수익성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KT파워텔을 인수한 아이디스는 지난 1998년 DVR(Digital Video Recorder)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CCTV 등 영상보안장비 사업에 주력하는 중견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미국, 유럽, 일본, 중동 등 세계 시장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이디스는 KT파워텔의 무선사업 및 무전 역량을 활용해 유선망 기반의 ‘CCTV 통합관제 솔루션’을 무선망 기반의 통합관제 시스템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KT와 아이디스는 3월말까지 KT파워텔 주주총회, 규제기관 승인 등을 마무리짓고 계약을 종결한다. KT파워텔은 기간통신사업자로 인수합병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허가를 받아야 한다. KT는 이용자보호 방안 등을 제출해 필요한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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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KT 새 비전과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구현모 KT 대표/사진=KT
지난 4일 ‘라이브 랜선 신년식’에선 AI(인공지능)·Big data(빅데이터)·Cloud(클라우드) 등 이른바 'ABC' 분야의 강점을 경쟁력으로 성장성이 큰 신사업에 도전하는 디지코 전환 전략을 공개했다. KT는 KT파워텔 매각을 계기로 IT·통신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신성장 동력의 재원을 확보해 △금융 △미디어·콘텐츠 △커머스 등 성장사업 중심 플랫폼 기업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KTH와 KT엠하우스 간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커머스 전문기업’ 출범을 통한 유통분야 사업역량 강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KT파워텔 매각을 두고선 KT 내부에서도 파격적인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석채·황창규 회장 등 전임 CEO들이 계열사를 사고 팔 때도 통신 서비스 부문 자회사들은 본업(통신)과의 연계 등을 고려해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KT파워텔 매각은 2002년 민영화 이후 핵심 통신 자회사 정리 첫 사례다. 미래 수익성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통신 서비스' 간판 여부는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KT가 KT서브마린과 KT텔레캅 등도 매각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KT의 구조 개편은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구 대표는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자회사 분사와 상장을 통한 가치 재평가를 준비 중"이라며 올해 구체적인 그림을 공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KT 안팎에선 핵심 통신사업 외에 미디어 커머스 등 신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과 분사, 계열사 정리 작업 등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현재 KT엔 44개의 계열사가 있다. 통신 계열 그룹사 15개를 빼면 나머지가 약 30여 곳이 비통신 계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