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이든 서울이든…자영업자 잡아야 왕좌가 보인다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1.01.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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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부터). 한창 바쁜 여권 중진 3명이 신년부터 '자영업자'를 정치 행보 화두로 제시했습니다.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부터). 한창 바쁜 여권 중진 3명이 신년부터 '자영업자'를 정치 행보 화두로 제시했습니다. /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정세균, 이재명, 박영선…

현재 여권의 중량감 있는 정치인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각자 대권과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는 이들은 정책 화두로 자영업자(소상공인)를 들고 나왔습니다. 정세균 총리의 코로나 자영업자 손실보상법, 이재명 지사의 지역화폐, 장관직 마지막까지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챙긴 박영선 전 장관까지…

모로 가도 결론은 치킨이라는 '치킨공화국'의 일면일까요. 이제 자영업자는 서울이든 전국이든 차기 권력을 잡기 위해선 반드시 마음을 사로잡아야 할 1순위 집단입니다.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일본의 2배
대권이든 서울이든…자영업자 잡아야 왕좌가 보인다
고용통계를 펼쳐보겠습니다. 지난해 자영업자 수는 553만1000명입니다. 전체 취업자 2690만4000명의 20.6%, 일하는 사람 10명 중 2명이 '사장님'입니다.

여기에 가족사업체에서 일하는 무급 가족 종사자 104만2000명을 더하면 657만3000명이 자영업 종사자입니다. 비율로는 전체 취업자의 24.4%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세계 주요국가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듭니다.

대권이든 서울이든…자영업자 잡아야 왕좌가 보인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38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5.1%, 7위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상위에 있는 나라는 △콜롬비아 52.1% △그리스 33.5% △브라질 32.5% △터키 32% △멕시코 31.6% △칠레 27.1%입니다. GDP(국내총생산) 기준으로 비교하면 이들 중에선 브라질만 유일하게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큽니다.


미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6.3%로 회원국 중 최하위, 한국보다 10년 먼저 늙어간다는 일본은 10.3%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캐나다와 러시아도 각각 8.3%, 6.7%입니다.

코로나에 더 시린 자영업자…정치 중심에 서다
웹툰·드라마 '미생'은 숱한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그 중에서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야"라는 말이 와닿는 요즘입니다. /사진제공=CJ ENM웹툰·드라마 '미생'은 숱한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그 중에서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야"라는 말이 와닿는 요즘입니다. /사진제공=CJ ENM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라는 '미생'의 명대사가 지난해처럼 어울리는 때가 또 있었을까요.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COVID-19)는 자영업자에게 특히 더 가혹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자영업자 소득이 포함된 사업소득은 월평균 99만1000원입니다. 1년 전 3분기 100만1000원에서 1% 남짓 줄었습니다.

사업소득은 2019년 4분기 104만8000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후 90만원대로 내려왔습니다. 그나마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한 3분기는 사정이 좋아졌습니다. 1분기와 2분기는 월 사업소득이 93만8000원, 94만2000원이었습니다. 코로나 3차 유행 한가운데인 4분기는 다음달 확인 가능합니다만, 증감정도는 짐작이 갑니다.

10년 전 가계의 사업소득은 80만7000원이었습니다. 22.8%나 올랐으니 사정이 나아진 것 같지만 같은 기간 가계 총소득은 366만원에서 530만5000원으로 44.9% 증가했습니다. 대부분 증가분은 10년 동안 43.4% 증가한 근로소득에서 왔습니다.

월급쟁이에 비해 자영업자 사장님의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상승 같은 경기 체감은 동일합니다. 결국 자영업자의 삶은 보다 더 팍팍합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가 조금 더 가혹했습니다.

자영업자와 그 사업에 생계가 걸린 사람들 숫자, 지난해 경기 충격의 강도를 생각해보면, 굳이 정치공학 계산기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표심을 잡아야 왕좌를 차지하는 이유가 짐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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