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인텔 계약의 '찐' 수혜주는 따로 있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1.2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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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사진=뉴시스/사진=뉴시스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와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 소식의 수혜주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반도체 장비주였다. 인텔 CEO(최고경영자)의 불확실한 발언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시큰둥한 반면, 관련 협력업체 주가는 급등세를 보인다.



22일 낮 12시 13분 현재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는 전일대비 100원(0.11%) 오른 8만8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개장 직후 8만97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보합권에서 등락 중이다.

전날 미국 반도체 전문매체 세미어큐레이트는 인텔이 최근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월 300㎜ 웨이퍼 1만5000장 규모로 인텔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그러나 보도 직후 인텔 CEO(최고경영자)의 발언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이날 펫 겔싱어 차기 인텔 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2023년 제품 대부분을 내부적으로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자체생산 의지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외주와 자체생산을 병행하는 '투 트랙' 방식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특정 기술과 제품의 경우 외부 위탁생산 활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생산업체는 거론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인텔 반도체 위탁생산 현실화가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단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과 삼성전자의 협력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시장에서 기대하는 CPU(중앙처리장치) 혹은 GPU(그래픽처리장치) 외주 시기는 빨라도 내년 하반기 이후"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인텔은 CPU와 GPU 제품의 경우 일부 품목만 외주화하고, 5G SoC(시스템온칩)와 PCH(플랫폼 컨트롤 허브), 통신칩 등 비주력 품목 외주화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며 "시장 기대는 크지만 단기 영향은 미미하고, 중장기 수혜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보다 오히려 협력업체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로 쏠리는 상황이다. 에이디칩스 (152원 ▲4 +2.70%)는 20% 넘게 급등하고 있고, 원익IPS (41,500원 ▲5,000 +13.70%)(4.55%)와 유진테크 (44,000원 ▲1,400 +3.29%)(4.54%)도 강세다. 이들 종목은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에이디칩스는 국내 유일 삼성 파운드리 사업 파트너로 알려져 있다. 원익IPS는 최근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 법인과 약 1160억원 규모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유진테크도 반도체 전공정 장비를 제조해 삼성전자에 납품해왔다.

반도체 패키징 업체 시그네틱스 (1,820원 ▼51 -2.73%)(29.57%)는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 특수설비 업체 한양이엔지 (18,770원 ▼90 -0.48%)(3.56%), 반도체 세정·코딩 업체 코미코(11.72%) 등도 상승세다.

장비주가 급등한 배경으로는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업체인 대만 TSMC의 공격적인 설비투자 예고 때문이다.

TSMC는 지난 14일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CAPEX(설비투자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인텔의 아웃소싱 계획과 파운드리 공급 부족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TSMC의 역대급 투자로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투자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2021년 반도체 투자는 30조원 후반대(메모리 20조 중후반, 파운드리 10조 초반)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황 연구원은 "장비 고객사 입장에서는 업체간 격해진 경쟁,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 우려, 신규 투자 지연으로 인한 시장 선점 기회를 잃을 우려 등이 있다"며 "가격을 올려서라도 재고를 확보해야 할 필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장비 업체들의 관점에서 보면 일년 내내 긍정적인 모멘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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