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반도체 위탁생산 늘린다"...삼성과 손잡을까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1.01.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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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미국 반도체 공룡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자체 제조와 병행해 특정 제품에 대해선 외부 파운드리 사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위탁생산 확대"...삼성·TSMC 수혜 기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텔의 팻 겔싱어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2023년 제품 대부분은 내부에서 생산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우리의 포트폴리오 폭을 고려할 때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한 외부 파운드리 사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웃소싱 업체명을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WSJ은 "인텔이 가장 진화한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자체 생산에 의존하던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면서 "사실상 인텔이 반도체 제조 라이벌에 뒤처졌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최고급 반도체 중 일부가 아시아 경쟁사들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의 TSMC를 거론했다.



인텔은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TSMC에 위탁한 상황이며 앞으로 추가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완 CEO는 지난달 대만 TSMC를 방문하기도 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5nm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인텔과의 계약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과 관련한 언급은 따로 나오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PC 메인보드에 탑재되는 반도체 칩셋 생산을 따낸 것으로 알려진다. 생산 규모는 월 1만5000장 정도이며, 삼성전자는 이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한다.

"2023년에는 대다수 자체 제작"...투자자들은 실망
겔싱어 신임 CEO는 이날 반도체 자체 생산에 대한 의지도 거듭 피력했다. 그는 인텔이 반도체 설계와 생산까지 통합 모델에 전념해왔다면서 "인텔은 국가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단순히 격차를 줄이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며 "우리가 관심은 공정 기술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선두주자로서 위치를 되찾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제조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하고 생산을 외부 파운드리에 맡기는 추세와 달리 인텔은 제조 사업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인텔의 반도체 공정 기술은 삼성이나 TSMC에 뒤처져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블룸버그는 기술 격차를 따라잡는 일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인텔이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인텔 주식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는 지난달 인텔이 제조 리더십 상실로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면서, 반도체 제조 사업을 아예 분리하는 근본적인 전략 변화를 검토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투자자들도 이날 인텔의 발표에 실망한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인텔 주가가 21일 시간외 거래에서 4.66% 추락한 것은 인텔이 반도체 제조 의지를 거듭 밝힌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노트북 수요 강해...분기 실적 전망 예상치 상회
인텔은 이날 앞서 올해 1분기 예상을 웃도는 실적 전망을 내놓았다. 1분기 매출을 175억달러, 주당 순이익을 1.10달러로 전망했다. 앞서 시장은 매출 162억달러, 주당 순이익 93센트를 예상했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호조였다. 매출 200억달러, 주당순이익 1.52달러를 기록해, 전망치인 매출 175억달러, 주당순이익 1.10달러를 모두 웃돌았다.

인텔은 올해 상반기 노트북 수요가 강력하다면서, 하반기 실적은 기업들이 새 하드웨어 지출을 늘리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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