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편에 선 여당 "공매도, 6월 일부종목만"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조준영 기자 2021.01.22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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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매도 재개, 6월부터 '제한적 허용'으로 가닥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한국판뉴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3/뉴스1(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한국판뉴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3/뉴스1


여당이 공매도를 재개하되 제한적 허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가총액과 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상위 일부 종목에만 공매도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재개 시점은 6월이 유력하다. 불법공매도 방지와 개인투자자 공매도 활성화 등에 필요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3월 재개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구체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 계획안을 제출토록 요구할 계획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공매도 시장이 외국인과 기관 위주의 명백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이 확고하다. 현행대로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외국인 등에게는 사실상 '허락된 작전'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공매도 대상 종목을 일부 종목으로 한정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시가총액과 거래량 등을 기준으로 상위 30~50개 정도 종목에만 허용하는 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 정보를 보다 신속하고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장치도 검토한다. 실시간으로 개별 종목당 공매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이다. 다만 공매도 현황이 바로바로 공유될 경우 오히려 추가 공매도를 유발해 시장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실제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수상한 공매도를 추적할 수 있도록 실시간 감시시스템을 구축한다.


개인 전문투자자에 한해 주식 대차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투자경험과 투자금의 기준을 설정해 손실부담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전문투자자에게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셈이다.

주식 대차서비스를 위해서는 개별 증권사와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을 연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위해 빌려야 하는 종목의 주식을 즉각 공급하기 위해서다.

공매도 재개 시점은 당초 예정된 3월15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다른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이 4월이라는 점과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6월 시행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 행위에 징역형 처벌까지 가능토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4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3월에 시행하면 공백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당국이 요구할 경우 제공해야 하는 5년간 대차 거래내용도 개별 증권사들이 보관 시스템을 제대로 준비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공매도 제도는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 조정이라는 순기능이 분명히 있지만 유독 '한국 공매도'만 기형적으로 운영돼왔다"며 "공매도의 순기능을 살릴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확실히 관련 제도를 바로 잡겠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여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필요한 개선안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여당과 긴밀히 협의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매도금지 연장이유…제도개선 때문일까
개미 편에 선 여당 "공매도, 6월 일부종목만"
오는 3월 재개가 예상된 공매도가 추가연장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부족한 제도개선을 연장이유로 꼽는다. 한마디로 아직 공매도를 재개할 준비가 덜 됐다는 의미다.

공매도 재개논란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가세했다. 지금까지 운영방식으론 곤란하다며 제도개선을 추가로 주문했다. 정 총리는 지난 20일 오후 YTN 방송에 출연해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투자자가 룰을 지키지 않아 개인투자자 등이 피해의식이 있다"며 "잘못 운영되던 제도에 개선이나 보완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도 오는 3월 재개를 목표로 제도개선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에서 최근 9인으로 구성된 금융위 회의서 공매도 재개를 결정할 사안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8월 공매도를 6개월 추가연장하며 시작된 제도개선안 대부분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국회도 불법공매도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하고 주문금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3월재개를 염두에 둔 법안처리에 속도를 낸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제도보완 보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공매도 정책과 연관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공교롭게 4월에는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개인투자자=유권자'라는 인식에서 보면 공매도는 뜨거운 감자다.


◇무엇을 바꿨나=금융위는 지난해부터 △불법공매도 처벌강화 △시장조성자 제도개선 △개인투자자 공매도접근성 제고 △불법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해왔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최근 법개정을 통해 주문금액까지의 과징금과 1년 이상의 징역 등 형사처벌 부과도 가능해졌다. 또한 기존 수기방식의 차입공매도계약 보관방식을 폐지하고 사후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한 전산화 방식으로 전환했다. 사후적 제재 뿐만 아니라 사전에 불법공매도를 적발하기 위한 전산시스템도 구축 중이다.

유상증자 기간 공매도를 할 경우 공매도를 통해 가격하락을 일으켜 차익거래를 한다는 지적을 수용해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증자참여도 제한했다.

또 고유동성 종목은 시장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미니코스피200선물 시장조정자의 현물시장 공매도를 금지하는 내용의 시장조성자 제도개선도 상반기중 마무리한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대상 주식대여물량을 확보하고 차입창구를 제공하는 등의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 확대방안도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무엇이 부족한가=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반발하는 부분은 실시간 불법공매도 적발시스템이다. 당국이 감시시스템을 강화해 표본추출 방식으로 이상거래를 적발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든 거래에 대한 감시가 불가능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금융당국은 모든 매도시 매도자의 잔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이상거래 적발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제 운용과정에서 시스템 구현이 어렵다는 판단에 추진계획을 접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순보유잔고를 기준으로 공매도 여부를 판단하는데 현재 계좌잔고 뿐만 아니라 과거 대차잔액 등 부채를 감안해 산출한다. 즉 현 계좌잔고 이하의 수량을 매도하더라도 공매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한국판뉴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3/뉴스1(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한국판뉴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3/뉴스1
특히 현재 자본시장법령상 결제불이행 위험이 낮은 경우 공매도에 해당하지 않는 입고이전 주식의 매도를 다수 허용한다. 계좌에 표시되지 않아 공매도로 오인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공매도엔 해당하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 해당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계좌잔고, 대차정보, 계좌 미표시 매도권한 발생정보, 결제이전 매수·매도 주문량 등을 모두 알아야 한다"며 "이는 매도자 본인 외에는 파악이 곤란해 제3자가 사전에 공매도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공매도 열리면 선거악재?=여당은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시점이 공매도 재개 이후인 4월이라는 점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키로 한 안들이 실제 정착되는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실제 불법공매도 행위에 징역형 처벌이 가능토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4월부터 시행돼 3월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1개월 가량 공백이 발생한다.

하지만 여당의 압박은 4월 재보궐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란 설명이 보다 힘을 얻는다. 주식 커뮤니티와 종목토론방엔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가 시행되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지 않겠다는 협박성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체 주식시장에서 60~70%를 차지하는 개인들 상당수가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고 있어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저렇게까지 나오는 것을 보니 이미 연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미 제도개선이 상당부분 이뤄졌다. 다음번엔 금융당국이 강하게 재개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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