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항바이러스 공청기' 켰더니…"확진자 있어도 안전"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1.2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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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건설연 ‘항균·항바이러스 공기청정기’ 성능 실증실험 현장 가보니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사진=건설연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사진=건설연


“창문을 하루 종일 열어둔 효과입니다.”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만난 구현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인프라안전연구본부 수석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로 최근 성능 실증연구를 실시한 결과를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코로나19(COVID-19) 3차 대유행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오는 3월 개학과 함께 등교 수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건설연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실내 확산을 막아줄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를 김포외고 두 반에 설치하고, 지난해 12월부터 현장 성능 실증을 진행 중이다.
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측정값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니터/사진=류준영2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장치' 성능 실증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측정값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는 모니터/사진=류준영
◇공기 전파 위험 저감 효과 60%…“환기와 동등한 효과”=이날 김포외고 3층 한 반에선 25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었다. 교실 내부엔 좌우로 2대의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를 단 공기청정기가 작동했다. 교실은 창문을 닫아둔 상태였지만, 공기 입자 농도 측정 장치를 통해 분석된 값을 나타낸 작은 모니터의 숫자는 일정하게 유지됐다. 구현본 수석연구원은 “실내 세균·바이러스의 공기 전파 위험 저감 효과가 약 6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환기를 했을 때와 동등한 방역 효과”라고 말했다. 또 “만약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반에 함께 앉아 있고 호흡기를 통해 감염원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공기청정기가 상시적으로 공기 중 감염원의 오염 밀도를 낮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져 걸릴 확률을 최대한으로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이 효과는 어디까지나 직접 대면 접촉이 아닌 일정 거리가 유지된 상태에서 한 공간에 머무를 경우를 전제로 한다.

지난해 여름 스타벅스 야당역점 집단감염 사례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확진자가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계속 높아져 공기 중 감염병 전파가 이뤄진다. 콜센터와 같이 실내 환기가 어려운 사무실일 경우, 확진자와 거리가 있다고 해도 걸릴 확률은 높을 수 밖에 없다. 건설연의 항균·항바어리스 공조필터 공기청정기는 이런 상황에서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서울역, 병원 등에 이미 제품을 공급한 곳에서 조사한 공기 중 부유 세균·바이러스 저감 효과는 약 58%~73%였다.
4층 김포외고 한 교실에서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저감 성능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다/사진=류준영 기자4층 김포외고 한 교실에서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저감 성능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다/사진=류준영 기자
◇공기청정기 틀면 더 위험하다?=한 층을 더 올라가니 학생이 없는 교실 내에서 공기청정기 가동 위치, 가동대수, 환기·냉난방기 동시 운용 여부 등 가동 방식에 따른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바이러스 모사 입자) 농도 변화를 비교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연구를 실시한 까닭은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기류 변화를 일으켜 공기 중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기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학교에선 이 같은 이유로 공기청정기를 교실에서 켜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구 연구원은 “실제 생활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운용할 경우,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확산 심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냉난방기를 가동할 경우 공기 중 부유 에어로졸 입자 확신이 심화하는 것을 관찰했다”며 공기청정기를 켜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확산된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이 기술은 유럽알레르기협회(ECARF) 인증을 획득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건설연이 개발한 항균·항바이러스 공조 필터를 내장한 공기청정기는 국내 기술 이전한 중소기업 등을 통해 총 27종의 제품이 개발됐다. 이 제품들은 국내 선별진료소(26대), 병원(19대), 철도역사(79대), 콜센터(104대), 학교(9대), 총선 투·개표소(10대) 등 350여 대가 보급된 반면 해외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16개국으로 5000대 이상 판매됐다.

이에 대해 구 수석연구원은 “국내에는 항바이러스 제품 성능평가 표준 및 인증체계 없어 코로나19 현장 보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현장 검증을 지켜본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건설연의 애로점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관련 KS(한국산업표준)나 단체·협회인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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