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무한경쟁 속 삼성SDI '투자 적기' 맞추느냐가 '관건'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1.2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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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재용-정의선 회동으로 기대됐던 협력 관계 '불투명'…투자 결정 못하거나 지연 우려도

배터리 무한경쟁 속 삼성SDI '투자 적기' 맞추느냐가 '관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며 유례없는 호황을 맞은 삼성SDI (401,000원 ▼4,500 -1.11%)가 앞으로 대규모 투자를 적기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들린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느냐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적·현금흐름·신용등급 등 투자여건 충분하지만…
21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1조276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38.3% 늘었다. 실적 개선과 함께 OCF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 4분기 삼성SDI는 사상 최대 수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했을 것으로 본다.



OCF는 기업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 유출입을 뜻하며 외부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신규투자와 부채상환을 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이 같은 OCF 증가세로 경쟁사보다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삼성SDI가 공격적 증설에 나설 수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늘어난 OCF가 투자확대 재원이 될 것임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투자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량한 신용등급(AA)이나 주가흐름, 자사주, 삼성디스플레이 보유지분 매각 같은 가능성도 자금 조달 여력을 밝게 한다. 수주흐름도 나쁘지 않다. 미래에셋대우는 삼성SDI의 수주잔고가 2019년 3분기 400억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66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선 투자의 '골든타임'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특히 5년 또는 그 이상 관점에서 최소 '조(兆) 단위' 이상 진행되는 투자는 최고 경영진의 과감한 의사 결정이 수반돼야 한다.

생산거점·JV 설립 등 리스크 큰 투자는 미뤄질 수도…
기존 공장 라인 증설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 거점을 만드는 작업은 더 중요한 의사 결정이 요구된다. 삼성SDI는 현재 배터리셀 공장을 중국 시안, 헝가리 괴드, 한국 울산 등 3곳에서 가동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과 달리 삼성SDI는 미국에 배터리 공장이 없다. 조립 위주 팩 공장만 있을 뿐이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회사마다 전략적 판단이 다르지만 배터리 공장 현지화의 가장 큰 이유는 현지 고객사가 원하기 때문"이라며 "대규모 수주의 조건 자체가 현지에 공장을 갖고 있는지 여부나 공장을 지을 수 있는지 여부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전기차 시장의 급팽창이 예고된다. 최근처럼 각국 경쟁자들이 공격적인 증설 카드를 들고 나올 때는 자칫 투자 시기를 놓치면 시장 선점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중국 CATL은 최근 6조원 넘게 투자해 중국 내 3 곳에서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장기적 관점에서 최고 경영진의 의사 결정이 중요한 사안이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고경영자(CEO) 이하 핵심 경영진이 JV 설립을 지휘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총수 부재 상황에선 결정이 이전 같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팽창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는 활발한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 중국 지리차와 파라시스 등이 JV를 설립하기도 했다. GM은 LG화학과,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와 각각 JV 설립 입장을 밝혔고, SK이노베이션도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합작공장을 가동 중이다. 그러나 삼성SDI는 아직 국내외 완성차 업체와 JV 설립을 밝힌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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