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 '기대' 사이…황희 '깜짝 발탁'에 여행·관광업계 '술렁'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1.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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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임에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여행·관광업계 전문성 우려와 정무적 역할에 대한 기대 교차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서울 모처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문체부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서울 모처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된 황희 후보자의 깜짝 발탁을 두고 존폐기로에 놓인 국내 여행·관광업계에서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교차한다. 코로나19(COVID-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관광산업 회복이란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황 후보자가 청와대와 가까운 친문 핵심인 만큼, 다소 추진력이 떨어진 관광 회복 정책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개각을 단행하며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후임으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뛰어난 정책기획력과 이해관계 소통역량을 발휘해 왔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체육·관광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등 당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황 후보자는 서울 모처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며 인사청문회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황 후보자는 문체부 장관 내정자 발표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관광 분야에 대해선 전문 분야인 도시재생과 결부해 "재생에 성공한 도시에 관광이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관광업계는 다소 술렁이는 분위기다. 황 후보자가 걸어온 길이 관광과 겹치는 지점이 없다는 우려에서다. 황 후보자는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박사를 취득한 도시재생 분야 전문가로 관광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국방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 등을 거쳤지만 관광은 물론 문화·예술계 현안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체부 출신의 실무 전문가인 박양우 장관은 물론 최근 개각을 앞두고 문체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인 배기동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 나종민 전 문체부 차관 등과 비교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나종민 전 차관의 경우 문체부 시절 관광정책을 다룬 실무경험이 있어 관광업계의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관광산업이 힘들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업계 목소리에 깊게 공감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관광산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올해가 정책적인 뒷받침이 굉장히 중요한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휴직으로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휴직으로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관광업계가 이 같은 황 후보자의 전문성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유는 그만큼 국내 관광산업이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문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관광분야 피해 규모만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겨울철 대확산으로 국내 여행심리까지 위축됐던 4분기까지 고려하면 지난해 피해액만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하늘길이 막히며 여행객이 뚝 끊긴 여행업계는 초토화 상태다. 업계 1위 하나투어가 2020년에만 15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며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소규모 여행업체들은 1년째 개점휴업 상태로 고용 쇼크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특급호텔은 물론 관광업계를 지탱하는 관광진흥기금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카지노 업계도 역대 최악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반면 오히려 황 후보자의 등장으로 관광 관련 지원 정책의 속도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황 후보자가 정책·기획 측면에서 역량이 있는데다, 청와대와 가까운 핵심 친문 인사 중 하나란 점에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에 초점이 맞춰지며 여행·관광업계 목소리가 힘을 잃는 상황에서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단 것이다.

한 관광당국 관계자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과거 문체부 장관에 발탁됐을 때도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정무적인 면에서 뛰어나 활약이 적지 않았다"며 "황 후보자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관광업계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방역모범 지역/국가 간 자가격리 면제)' 도입 등 제한적으로나마 끊어진 여행길을 재개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논의가 진전되는 기미가 있었지만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강화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최근 WTTC(세계여행관광협회) 등 글로벌 여행업계가 상반기부터 여행산업 회복을 점치며 회복 준비에 나선 만큼, 국내에서도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업계 고용유지지원 외에도 트래블 버블이나 안전여행 장려 등 여행규제 완화 등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정책들이 거론됐지만 방역, 경제회복 등의 이유로 번번히 막혔다"며 "관광 회복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오히려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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