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서울 모처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문체부
21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개각을 단행하며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후임으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뛰어난 정책기획력과 이해관계 소통역량을 발휘해 왔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체육·관광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등 당면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관광업계는 다소 술렁이는 분위기다. 황 후보자가 걸어온 길이 관광과 겹치는 지점이 없다는 우려에서다. 황 후보자는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박사를 취득한 도시재생 분야 전문가로 관광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국방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4차산업혁명 특별위원회 등을 거쳤지만 관광은 물론 문화·예술계 현안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관광산업이 힘들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업계 목소리에 깊게 공감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관광산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선 올해가 정책적인 뒷받침이 굉장히 중요한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휴직으로 텅 비어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실제 하늘길이 막히며 여행객이 뚝 끊긴 여행업계는 초토화 상태다. 업계 1위 하나투어가 2020년에만 15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며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소규모 여행업체들은 1년째 개점휴업 상태로 고용 쇼크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특급호텔은 물론 관광업계를 지탱하는 관광진흥기금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카지노 업계도 역대 최악의 적자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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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히려 황 후보자의 등장으로 관광 관련 지원 정책의 속도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황 후보자가 정책·기획 측면에서 역량이 있는데다, 청와대와 가까운 핵심 친문 인사 중 하나란 점에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방역에 초점이 맞춰지며 여행·관광업계 목소리가 힘을 잃는 상황에서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단 것이다.
한 관광당국 관계자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과거 문체부 장관에 발탁됐을 때도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정무적인 면에서 뛰어나 활약이 적지 않았다"며 "황 후보자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관광업계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방역모범 지역/국가 간 자가격리 면제)' 도입 등 제한적으로나마 끊어진 여행길을 재개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논의가 진전되는 기미가 있었지만 방역당국의 거리두기 강화로 동력을 잃은 상태다. 최근 WTTC(세계여행관광협회) 등 글로벌 여행업계가 상반기부터 여행산업 회복을 점치며 회복 준비에 나선 만큼, 국내에서도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업계 고용유지지원 외에도 트래블 버블이나 안전여행 장려 등 여행규제 완화 등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정책들이 거론됐지만 방역, 경제회복 등의 이유로 번번히 막혔다"며 "관광 회복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오히려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