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올라 세금 더 내는데"…김범수 의장은 왜 지금 증여했을까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21.01.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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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화) 오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1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스타트업캠퍼스 창업교육 입학식’에서 김범수 스타트업캠퍼스 총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경기도25일(화) 오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1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스타트업캠퍼스 창업교육 입학식’에서 김범수 스타트업캠퍼스 총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경기도


김범수 카카오 (47,500원 ▼1,500 -3.06%) 이사회 의장(사진)은 지난 19일 아내와 자녀를 포함한 친인척에게 카카오 주식 33만주(1452억원)를 증여했다. 이와 관련 증여의 배경과 시점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친인척이라해도 거액의 회사 주식을 증여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주가가 폭등해 증여세가 올라간 현시점에 증여를 결정해서다.

앞서 카카오는 19일 김 의장이 자사 주식 33만주를 친인척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그의 아내와 두 자녀도 각각 6만주씩 받았다. 이날 카카오 종가는 44만원으로, 6만주는 264억원에 달한다.



김 의장은 아내와 자녀 외에 누나와 동생들, 조카, 처제 등 친인척 11명에게 총 15만주(19일 기준 660억원어치)를 나눠줬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 개인 건으로 회사 차원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범수 의장의 주식보유 비율은 14.2%에서 13.74%로 줄었다.

김 의장이 가족을 포함해 친인척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기업오너가 가족에 주식을 증여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명 기업인이 일거에 다수의 친인척에게 거액을 증여하는 것이어서 이목을 끈다. 이와관련 IT업계에서는 김의장의 가정사와 연관짓는 시각이 나온다.



뒷바라지한 누나와 동생들에 대한 '마음의 빚' 갚은 듯
김 의장은 국내 자수성가한 창업자 중 손꼽히는 '흙수저' 출신이다. 그는 전남 담양에서 서울로 이사온 부모밑에서 2남 3녀중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막노동과 목공일을, 어머니는 식당일을 해가며 그를 키웠다. 할머니를 포함해 여덟식구가 단칸방에서 살았다. 김 의장은 친척집 골방에서 공부하며 5남매 중 유일하게 대학을 갔다. 김의장 스스로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를 종종 언급해왔다.

이 때문에 가난에 찌들었던 유년시절 함께 고생했고 자신을 뒷바라지하며 희생한 누나와 동생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린시절부터 창업전까지 함께 고생한 형제 가족들에대한 마음의 빚이 많았던 것같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친인척에게 주식 증여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없지않다. 다만 어디까지나 개인이 일군 재산이고 적법한 세금을 내고 증여하는 것까지 문제 삼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하필 주가 폭등한 지금 증여했을까

증여 시점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오간다. 왜 굳이 주가가 상승해 세부담이 큰 지금이냐는 것이다.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초 15만원 안팎에서 급등해 7월들어 30만원선을 넘었고, 올들어선 46만원까지 치솟았다.

현행 세법상 상장주식의 경우 증여일 이전과 이후 2개월씩 종가합계를 일별 평균해 3개월안에 신고해야한다. 기존 두달가량 주가 평균은 40만원에 근접한다. 증여세율은 과표구간별로 10%(1억원이하)~50%(30억원초과)가 적용된다. 증여액에 비해 공제액이 미미한 만큼 상당액을 세금으로 내야한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이 더 커진다. 반대로 주식이 오르면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증권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주가상승의 호재로 해석하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가를 미리 예상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일부 부유층에서처럼 폭락장세에서 증여를 했다면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며 "카카오 창업자로서 언급해온 사회적 가치에 어긋나지 않도록 증여 시점도 고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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