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 칼바람 '하나'·휴직 연장 '모두'…여행 빅2, 엇갈린 코로나 대응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1.2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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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투어 오는 9월까지 8개월관 유·무급휴직 연장…인원감축 나선 하나투어는 직원 불만 고조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국내 여행산업이 존폐기로에 몰린 가운데 국내 대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행보가 다소 엇갈린다. 하나투어가 본격적인 인원감축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모두투어는 유급휴직을 연장키로 결정했다.

유급휴직 모두투어 "한숨 돌렸다"
지난해 6월 코로나19에 따른 무급휴직으로 모두투어 여행사 사무실의 불이 꺼진 모습. /사진=뉴시스지난해 6월 코로나19에 따른 무급휴직으로 모두투어 여행사 사무실의 불이 꺼진 모습. /사진=뉴시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두투어는 사측과 노조 협의를 통해 이달 말까지 예정된 필수 근무인원을 제외한 휴직 기간을 오는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간 연장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모두투어는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간 최대 150만원을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진행하고, 나머지 4개월은 무급휴직으로 전환한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회사가 25%, 정부가 75%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유급휴직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모두투어 임직원들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부터 1050여명에 달하는 직원 중 대다수가 무급휴직 중인 모두투어는 이달 말로 예정된 휴직 종료를 앞두고 구조조정 위기감이 높아졌다. 경영 환경과 업황이 여전히 바닥인 만큼, 인력 감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모두투어의 실적은 최악이다. 2019년 144만명의 패키지(PKG) 여행객을 해외로 보냈던 모두투어는 지난해는 이보다 88.6% 줄어든 16만5410명의 송객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당초 227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봤던 모두투어는 적자만 25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실적 전망을 바꿨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사측에서 고용을 최대한 유지한단 방침을 세웠고 노조도 경영상황이 어려운 것을 감안해 유급휴직 기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올해도 코로나 여파가 이어지며 업계 전반에서 구조조정 분위기가 높아지는데, 일단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언반구 없어"…뿔난 하나투어 직원들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 /사진=뉴스1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 /사진=뉴스1
반면 하나투어는 사측과 직원 간 내홍이 커지는 모습이다. 하나투어가 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면서다. 최악의 실적 한파 속에서 사옥 매각 등 자산을 정리하고 자회사 청산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하나투어는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인원감축에 나서기 시작했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여행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비해 비대했던 조직 규모를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 효율화'를 추진키로 결정하고 이에 대한 방안으로 인력 감축 등의 계획을 각 본부·부서 별로 수립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하나투어는 현재 각 조직 별로 직원들을 추려 구체적인 위로금 등을 공지하며 희망퇴직을 제안하는 면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사옥은 물론 명동·회현 인근에 위치한 티마크 호텔 등 부동산 매각 작업에 속도를 올리는 것도 희망퇴직을 위한 위로금 등 실탄 마련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투어는 회사 차원의 공식 구조조정이 아닌 부서 차원의 희망퇴직 수요 조사라고 말을 아꼈지만, 직원들은 정리해고 수순을 밟고 있단 반응이다. 특히 현 상황에 대한 경영진의 유감과 구체적인 희망퇴직 조건 등을 알려야 하는데, 별 다른 공지 없이 졸속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하고 있단 비판이다. 부서 별로 면담 대상자가 상이하지만, 예상 희망퇴직 1000명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알려지며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다만 하나투어 측은 인력 감축이 1000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인력 감축 대상에 적지 않은 보상을 지급할 것이지만 권고사직이나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형태나 방식, 규모는 전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마했던 위기 현실화…여행업계 긴장
감원 칼바람 '하나'·휴직 연장 '모두'…여행 빅2, 엇갈린 코로나 대응
이미 지난해 자유투어, NHN여행박사 등이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고 인력을 감축한 데 이어 국내 여행업계 대장주인 하나투어마저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여행업계 전반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상징성이 상당한 만큼, 다른 업체들로 연쇄 감원 칼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다. 모두투어 역시 당장은 휴직을 연장했지만 현 상황이 지속되면 유급휴직 종료 후 구조조정 돌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주요 여행사들의 무급휴직 등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들이 무너지면 고용 측면에서도 그렇고 산업 전체에 타격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자가격리 완화 등 영업 활로를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최대한 버틸 수 있도록 고용·세제 혜택을 주는 등 직접 지원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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