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버리도 방 뺀다…'명품 없는 백화점' 된 AK플라자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01.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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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점에 남아있던 명품 브랜드인 페라가모, 버버리까지 폐점 확정

AK플라자 분당점 1층 피아짜360 광장 전경. /사진=AK플라자AK플라자 분당점 1층 피아짜360 광장 전경. /사진=AK플라자


한때 연간 매출액 2조1500억원을 넘기며 백화점 업계 4위까지 올라섰던 AK플라자(AK홀딩스 (14,640원 ▼190 -1.28%) 백화점부문)의 추락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여파 속에서 주요 대형 백화점들이 명품 판매로 선전하고 있는 반면, AK플라자는 그나마 남아있던 명품 브랜드인 페라가모, 버버리마저 폐점 수순을 밟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K플라자 분당점 1층에 입점해 있던 명품 브랜드들은 최근 연달아 폐점하고 있다. 기존에 분당점 1층에 위치해있던 페라가모는 최근 퇴점을 결정해 공사 중이고, 1층에서 운영 중인 버버리도 오는 3월 문을 닫는다.



AK플라자가 현재 수원, 분당, 평택, 원주 등 4개 점포를 운영 중인 가운데 그나마 가장 명품 라인업이 화려했던 분당점에서 명품 브랜드가 모두 빠지면서 AK플라자는 '명품 없는 백화점'이 됐다. 그동안 타 백화점들이 명품을 중심으로 고급화에 치중했던 반면 AK플라자는 다른 백화점들보다 명품 브랜드 라인업이 취약했다. 실제 AK플라자 4개 점포 중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이른바 명품 빅3가 입점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주변 상권이 발달한 분당점이 그동안 AK플라자의 점포들 중 명품관으로서의 역할을 해왔었다. 한때 분당점엔 루이비통, 디올, 프라다, 구찌 등이 입점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로 약 5분 거리 떨어진 곳에 2015년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수도권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문을 열면서 명품 브랜드 이탈이 가속화됐다. 명품 브랜드들은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해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입점 총 개수를 관리하기 때문에 그 지역 최우등 사업자 한 곳에만 입점하는 게 보통이다.



이에 따라 모든 브랜드가 빠지면서 지난해 말 기준 1층 명품관엔 버버리, 페라가모만이 남게됐고, 이번에 이들 브랜드마저 폐점을 확정지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아직 버버리가 입점해있지 않기 때문에 판교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AK플라자 분당점에서 자리를 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페라가모와 버버리까지 빠지면서 분당점에는 코치, 토리버치 등 매스티지(대중 명품) 브랜드만 남게 됐다. AK플라자는 앞으로 분당점을 단순히 쇼핑에만 치중한 점포가 아니라, '체험과 휴식이 가능한 편안한 점포'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1층 구찌가 빠진 자리를 쉐이크쉑 버거로 채운 AK플라자는, 이번에 페라가모가 빠진 자리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으로 바꾸기 위해 공사 중이고, 버버리가 나갈 자리엔 삼성모바일샵과 애플 브랜드샵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AK플라자 관계자는 "1층에 F&B(식음료) 매장을 늘려서 고객들이 쉽게 발걸음할 수 있는 트렌디하고 편안한 백화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AK플라자 분당점 1층 타르틴베이커리 /사진=AK플라자지난해 12월 문을 연 AK플라자 분당점 1층 타르틴베이커리 /사진=AK플라자
하지만 AK플라자의 계획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로 유통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특히 백화점시장에서는 명품만이 '불패'하고 있어서다. 실제 전국 5대 백화점 67개 점포 중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늘어난 곳들은 모두 명품 브랜드를 두루 갖춘 점포들이었다. 예컨대 3대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이 모두 입점한 신세계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출은 각각 전년비 5.5%, 7.5%(업계 추정치)씩 늘었다. 반면 명품 브랜드 입점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AK플라자 점포들은 △수원점 -21.6% △분당점 -11.8% △평택점 -22% △원주점 -21.7% 등으로 전년비 역신장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해외 명품 브랜드가 없으니 돈을 쓰는 고객들 위주로 집객이 빠지고, 매출이 나오지 않으니 추가 다른 브랜드들이 더욱 이탈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버버리도 방 뺀다…'명품 없는 백화점' 된 AK플라자
최근 수년간 AK플라자의 실적도 나날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AK플라자는 위기 돌파를 위해 김재천 전 제주항공 부사장을 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김 대표가 취임 후 직원들을 다독이는 등 부드러운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며 "어려운 여건이지만 직원 전체가 '할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노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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