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껌' 신화에 갇힌 롯데, 신동빈이 깰까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김은령 기자 2021.01.20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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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위기의 롯데, 돌파구는(下)

편집자주 재계서열 5위 롯데그룹이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유통시장에 이제 ‘강자 롯데’는 없다. 쿠팡과 네이버가 온라인 중심의 시장 헤게모니를 장악한 가운데 롯데는 조연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던 화학마저 업황부진으로 허덕인다. 신동빈 회장이 ‘위기극복’과 ‘변화’를 외치지만,돌파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롯데 위기의 원인을 짚어보고 뉴롯데의 길을 모색해본다.

롯데의 대표 상품은 뭔가?…'이미지 전환' 못하는 이유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부 의왕사업장 / 사진제공=롯데케미칼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부 의왕사업장 / 사진제공=롯데케미칼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현대차 수소차,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LG전자 전기차 부품'

롯데그룹은 지난 2019년 일본 불매 운동 사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유니클로, 아사히맥주 등 '노재팬'의 주요 타깃이 된 일본제품들을 국내합작법인을 통해 유통한 영향이 컸지만,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글로벌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향도 컸다.



롯데그룹이 그동안 해외시장 진출에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내로라할 제품이나 사업이 없어 내수 시장에만 집중하면서 '수출 등으로 국가를 먹여살리는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부족했다.

롯데그룹의 글로벌 사업이 차질을 빚은 것은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영향이 컸다. 2016년까지 매년 늘어나던 롯데그룹 해외 매출은 2017년 8조3000억원으로 1조원 줄어들며 반락했다.한때 중국에 60여개까지 늘렸던 롯데마트와 5개의 백화점 등 대부분의 점포를 철수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유통을 중심으로 중국, 베트남 등의 지역에서 해외 사업을 확장해왔는데 한 축인 중국 사업에서 큰 타격을 입으며 글로벌 사업이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효자 제품이 없다보니 롯데그룹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껌 공장을 일구며 시작한 과거 롯데 신화에 멈춰있다. 롯데가 일본기업이란 프레임을 벗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외형 확대를 위해선 유통보다 화학(27%) 중심의 롯데케미칼을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더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물론 롯데케미칼도 올해 초 유가급락과 대산공장 화재사고에 따른 설비 가동 차질로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다. 하지만 그룹 계열사들 중에선 롯데케미칼의 장기 실적 전망이 가장 낙관적이고, 적극적인 투자와 M&A를 통한 외형 확장이 가장 기대되는 사업으로 꼽힌다.

또 다른 한편에선 2017년 사드(THAAD) 보복 사태,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위축된 롯데 주력 유통분야 해외 진출도 다시 고삐를 죄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의 실패 경험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며 "국내는 인구 감소시대에 소비 여력이 더 없는 상황에서 백화점, 마트, 면세점 등 여러 채널을 보유한 롯데가 다시 글로벌 재도약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젊은 CEO 앉힌 신동빈 '인적쇄신' 통할까

'롯데 껌' 신화에 갇힌 롯데, 신동빈이 깰까
"기업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조직 문화 쇄신을 강조했다. 지난해 신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황각규 전 부회장을 퇴진시키고 외부 인사를 핵심 보직에 앉히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5년간 외부 악재에 시달리면서도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부문별 구조조정, 체질 개선에 집중해 왔다. 그룹의 주축인 유통부문에서는 오프라인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점포 구조조정과 함께 온라인 전환을 위한 투자를 단행했고 미래 성장동력인 화학 부문은 고부가 스페셜티 부문에 집중하며 글로벌 케미컬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한다.

◇생존 위해 쇄신 불가피…신동빈 회장의 핵심 키맨은=지난해 8월 황 전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롯데그룹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그는 경영권 분쟁과 재판, 구속에 따른 신 회장의 경영공백 상황에서 그룹을 이끌어왔던 핵심 측근이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조직 쇄신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뜻으로 읽었다.

신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송용덕 부회장도 조직 쇄신과 인적 혁신에 대해 강조해왔다. 그는 올 VCM에서 '위닝 스피릿' 등 조직 문화 변화 필요성을 제시하고 미래형 인재 발굴 및 육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의 '쇄신'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가운데서는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겸 유통BU(비즈니스부문)장이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110여 곳의 매장을 정리하고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강한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그룹의 오래된 순혈주의를 깨고 롯데마트 수장에 오른 강성현 대표는 파격 인사인만큼 신 회장의 기대감이 크다. 2019년 롯데네슬레코리아를 맡으며 대대적인 쇄신으로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시킨 경험이 구조정 중심에 있는 롯데마트에서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동빈 회장이 그리는 '뉴롯데'=경영권 분쟁 이후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해 온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의 부활과 글로벌 케미칼 기업으로의 도약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유통, 식품부문의 경우 과거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 특히 온라인으로 채널 시프트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온라인에서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지난해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을 출범하고 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e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화학 부문에서도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외형성장이 시급하다. 앞서 롯데그룹은 2023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하고 이가운데 40%를 화학사업 부문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9년 터키 '벨렌코'를 인수하고 지난해 히타치케미컬 인수 회사인 쇼와덴코 지분을 일부 매입했으며 두산솔루션 인수 합자회사에도 29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신규 투자 수요를 꾸준히 찾고 있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치중해온 지주회사 체재 확립이 갖춰진 만큼 체질 개선에 돌입해야 하지만 미래성장동력인 화학 부문은 대외 여건상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또 다른 주축인 쇼핑과 호텔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다"며 "유통을 중심으로 수익성 위주의 구조조정에 돌입한 만큼 성과를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김은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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