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가습기살균제 무죄는 과학적 방법론에 무지한 결과"

뉴스1 제공 2021.01.1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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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일반 형사재판과 같이 엄격한 증명 요구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SK, 애경, 이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무죄라는 법원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21.1.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SK, 애경, 이마트의 가습기 살균제, 무죄라는 법원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21.1.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인체에 유독한 원료물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 전 대표·직원들과 애경산업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학계 전문가들이 "과학적 방법론에 무지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19일 오전 참여연대 2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인의 범행의도와 행적을 엄격히 따졌어야 했으며, 건강 피해자와 관련된 인과관계가 포괄적으로 인정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2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법원은 "모든 시험과 연구결과를 종합한 환경부 종합보고서는 흡입독성 실험과 동물실험 역학조사를 통해 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살균제 성분과 폐질환 천식 유발 악화에 관한 일반적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CMIT, MIT관련 재판에서 증언을 했던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등 학계 전문가들과 한국환경보건학회 관계자 등이 나와 CMIT, MIT의 유해성을 재차 설명했다.



이들은 재판에서 동물실험결과와 피해자들의 진술이 있는 환경노출조사결과 등 전문가들의 다양한 연구가 보고됐으나 재판부가 과학적 방법으로 풀어야 할 사건을 형사적 방법으로 풀었다고 비판했다. 과학적 방법에서는 100% 확신을 쓰지 않고, 측정의 오류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함에도 재판정에서는 '명확한 인과관계'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이날 법원에 대해 Δ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동물실험에서 피해의 근거를 찾았고 Δ환경성 질환은 노출에 비특이적이며 광범위해 피해 건강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아니라 과학이 할 일이며 ΔCMIT와 MIT에 대한 독성 실험에서 폐손상 유발 가능성을 짚었음에도 법원이 이를 존중하지 않았다며 판결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2018~2019년에 연구진이 수행된 연구결과에서 CMIT와 MIT에 흡입 노출된 쥐의 상부 호흡기에서 염증과 변성이 발견된 '과학적 사실'을 법원이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연구진은 "비록 실험동물의 하부 호흡기에 폐섬유화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호흡기의 해부학적 구조가 다름을 고려하면 폐섬유화 등 폐손상 유발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은 과학에 의지해 인과관계를 확인했고 기소와 재판이 이루진 전례없는 재판이었다"며 "인체실험을 허용하지 않는 과학 연구에는 결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재판부는 엄격한 증명을 다른 일반 형사재판과 같이 요구하면서 전문가들의 조사결과의 신빙성을 전반적으로 부정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판부는 전문가들의 증언을 단정적이고 편향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과학자들의 태도에 무지했고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이해 결여"라며 "2심에서는 과학자 자문 패널을 구성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에 대해 다시 판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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