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방송캡처
다큐멘터리에선 물건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에 대해 언급한다. 소비자로 하여금 내가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물건에 복종하게 하는 광고들, 뭐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24시간 내에 배송받을 수 있는 아마존. 이처럼 우리는 빠르고, 화려한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매일 같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며 장바구니에 물건을 채운다. 내게 있지도 않은 돈으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고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일. 당장 1년만 지나도 지겨워질 물건을 잔뜩 쌓아놓느라 이 집이 물건의 집인지, 사람의 집인지 분간이 안 가는 일.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일이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진제공=넷플릭스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니, 내가 어떤 물건을 좋아하고 무엇을 중요히 여기는지 알게 되었다. 더는 필요도 없는 물건을 쇼핑하며 찰나의 행복을 즐기지 않는다. 어쩌다 SNS 광고에 눈길이 머물러도 금세 스크롤을 내린다. 이 물건이 진정 필요한 것인지 열 번 이상 고민하고, 집안에 그 물건이 놓였을 때를 상상해 본다. 애써 비운 이 공간에 아무 물건이나 들일 수 없지. 물건을 소유하며 생긴 만족감의 유효기간보다, 비우며 얻은 해방감의 유효기간이 훨씬 길었다.
지난 18일 방송된 tvN ‘신박한 정리’를 보고 나서도 비움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려 3대가 30년을 함께 한 농촌 대가족의 역대급 맥시멀리스트 살림살이에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혹한의 날씨와 곤궁한 생활, 질병의 위기에 늘 비상식량을 쟁여놓는 것이 일상이던 우리 시골 할머니가 떠올라서다. 더군다나 한국은 4계절이라 계절마다 다른 옷과 신발을 사야 하고, 계절마다 다른 생활용품들, 계절마다 다른 음식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이 시각 인기 뉴스
사진출처='신박한 정리' 방송캡처
물론 미니멀리즘만이 정답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온갖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은 지양하고 싶다. 미니멀리즘을 위한 미니멀리즘이 아닌, 필요최소주의를 추구하고 싶다. 내가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소유하고 이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일. 궁극적으로는 미니멀리즘을 통해 내 삶에 따뜻하고 잔잔한 바람이 깃들었으면 한다. 더는 쇼핑이 재미없다. 물건보다 ‘내’가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김수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