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으로 삼성전자 산다" 주식 '영끌' 하는 대학생들

머니투데이 김나현 기자, 김남이 기자 2021.01.1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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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받아 삼성전자 샀다."

대학생들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하며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학생 주식투자 동아리는 덩달아 경쟁률이 치솟았다. n포세대로 불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주식은 포기해선 안 될 ‘하나’가 됐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하는 등 상승장으로 수익을 낸 경우가 많지만 문제는 투자 방식이다. 증권사 프로모션에 넘어가 마구잡이로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의 이유를 학연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조언한다.

대학생 주식투자 동아리 경쟁률↑..."장학금으로 삼성전자 구매"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해 11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주식자산 비중은 2019년 5.5%에서 2020년 13.3%로 급증했다. 전 연령대 가운데 증가율 1위다. 지난해 1~3분기 20대가 개설한 신규 주식투자 계좌만 310만개에 달한다.



주식 광풍이 불며 대학생 주식투자 동아리 가입 문의도 늘었다. 대학생 연합 가치투자 동아리 수리(SURI)는 지난해 2학기 신입부원 50명 모집에 300명이 넘는 대학생이 몰렸다. 김대진 수리 회장은 “지원자 경쟁률이 보통 2.5대1 정도였는데, 지난해 하반기에 경쟁률이 7대1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개별로 주식 시장에 뛰어든 대학생도 쉽게 볼 수 있다. 대학생 김모씨(22)는 주위 사람의 권유로 지난해 12월 초 장학금 150만원 전액을 주식에 투자했다. 현재까지 수익률은 약 20%다. 대부분 삼성전자에 투자했다.

김씨는 “삼성전이 지금 8~9만원 선인데, 7만원대 쯤 상향곡선이길래 다들 사라고 해 오르겠다 싶어서 시작했다”며 “수익을 낸 금액과 평소 갖고 있던 돈을 더해 다른 주식도 매입했다”고 말했다.


"학연보고 투자" "증권사 프로모션에 빠져 계좌 개설"...전문가 "신중해야"
문제는 투자방식이다. 대학생 이모씨(23)의 ‘투자지표’는 학연이다. 이씨는 “주종목은 따로 없다”며 “CEO가 같은 대학교 출신이면 산다”고 말한다.

현재까지 이씨의 투자 방법은 성공적이다. 4년 동안 모은 아르바이트비 13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8~11% 사이의 수익률을 냈다. 그는 “시장이 너무 좋아서 재무제표도 따로 안 본다”며 “넣고 보니 오르는 것이 시장”이라고 전했다.

투자사의 계좌 개설 프로모션을 보고 투자하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대학생 최현수씨(가명·27)는 “해외주식 개설 시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거나 주식을 1000원어치 주는 이벤트가 있어서 시작했다”고 했다. 계좌를 마구 잡이로 개설하다고 보니 어디에 계좌를 개설했는지 잊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충분히 공부하고 주식시장에 들어가야 하고, 신용거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신중하게 좋은 종목과 투자처를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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