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실장 장관급 격상…달라진 과학 위상=바이든 정부는 미국 과학기술정책의 핵심기관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실장으로 유전학자인 에릭 랜더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를 지명하고, 그의 직위를 장관급으로 격상했다. OSTP를 내각 수준으로 승격해 과학기술 거버넌스와 자문기능 대폭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기존 OSTP 실장은 핵·원자력 등 거대 과학기술 관련 자문 수행을 위해 주로 물리학자들을 선임해오던 것과 달리 바이든 정부는 역대 처음으로 유전학자를 지명, 재임 기간 중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바이오·헬스’ 분야를 최우선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코로나 등 전염병 대응 총력=바이든 정권은 집권 초반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모든 역량을 쏟으며, 차후 감염병 안전망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KISTEP이 18일 발간한 ‘바이든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 니치(NICHE)’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적으론 코로나 백신 개발 관련 연방정부의 특허 권한을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국립보건연구원(NIH)을 통한 감염병 관련 보건 분야 R&D 예산을 대규모로 배정할 가능성이 있다.
강경탁 KISTEP 박사는 “연방 정부의 권한 개입을 통해 백신의 효과적 대량 생산 및 가격 인하를 추진하고, 나아가선 전염병 신속진단기기 및 백신·치료제 개발, 임상시험 관련 인프라 증설 등에 집중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보건 관련 R&D 고도화를 위한 프로젝트 기관(ARPA-H) 설립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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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조 R&D ‘통큰 투자’=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소·태양광·풍력 등 청정에너지 개발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관련 예산으로 대략 4000억 달러(약 443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할 ARPA-C(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 focused on Climate)라는 범부처 연구기관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미·중 기술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바이오 중심으로 3000억 달러(332조원)를 투입할 방침이다.
또 자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GVC)이 재편됨에 따라 이에 대응한 연구에도 속도를 낸다. 이를테면 전기차 부품·생산 설비의 미국 내 수직계열화를 이뤄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는 식이다. 낡은 제조현장의 현대화를 위해 AI 협업로봇 제작 등 제조공정 지능화에 초점을 맞춘 연구과제도 다수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이민제도 현대화’를 통해 4차 산업혁명 관련 해외 전문인재를 대거 유치함과 동시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등 인도계의 약진으로 앞으로 인도계 과학기술인력 유입, 여성과학자의 역할 확대 등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환경·보건 분야 '韓·美 협력기회' 는다=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간 환경·보건 분야에서 협력기회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확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일치해 가장 가까운 협력 파트너로 부상할 기회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란 인식이 강화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협력파트너로 물망에 올라 있다. 앞으로 보건·의료 R&D 분야에서 국제공동연구 지원이 대규모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김상선 KISTEP 원장은 “기술이 힘이 되는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 시대에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것은 우리에게 큰 위기이자 기회”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우리 과학기술계가 머리를 맞대 선제적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