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넘어선 마이웨이 독선" 떠나는 트럼프가 남긴 것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1.01.19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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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현지시간) 정오를 기점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AFPBBNews=뉴스1오는 20일(현지시간) 정오를 기점으로 임기가 종료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 오는 20일 정오를 기점으로 임기가 끝나면서다.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외교무대와 미국 경제, 미국 정치판에서 각종 진기록을 쏟아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다.

세계에 '마이웨이' 불어넣은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약속과도 같았던 '세계화'의 종말을 불러왔다.



트럼프 당선 이후 이탈리아, 브라질, 영국, 헝가리 등 각국에서는 그를 표방하는 '포퓰리즘' 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던 2016년은 국제 정치학에서 포퓰리즘이 정점에 달했던 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취임 첫해부터 '마이웨이'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같은해 8월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심각하다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 카드도 꺼냈다. 유럽과 캐나다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 등 오랜 동맹국들도 관세 위협에 예외는 아니었다. 이듬해 5월에는 이란 핵합의도 일방적인 탈퇴를 통보하기도 했다.

2018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당시 사진. 동맹국들에게까지 관세 위협을 가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자주의를 주장하는 지도자들이 충돌했다. /AFPBBNews=뉴스12018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당시 사진. 동맹국들에게까지 관세 위협을 가한 트럼프 대통령과 다자주의를 주장하는 지도자들이 충돌했다. /AFPBBNews=뉴스1
2018년 6월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이를 바라보는 세계 지도자들의 태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자리이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팔짱을 끼고 딴청을 피우는 듯한 모습으로 앙겔라 메르킬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동맹국 지도자들의 항의를 받는 모습이 사진에 담기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열었고, 2019년에는 2차 회담을 가졌다. 또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깜짝 만남을 갖기도 했다. '사상 최초'라고 불릴만한 사건들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북미 관계는 제자리인 상황이다.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트럼프의 경제성적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3년간 미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5%였다. 영국 가디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엔 평균 2.2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출난 성과는 아니지만 견실한 성적표라고 평가했다.

고용지표도 좋았다.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치기 이전인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미국내 실업률은 1969년 이후 최저치인 3.5% 기록했다. 실업자가 적다는 건 그만큼 기업들이 채용을 위해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고, 검토하는 인력풀도 넓어짐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숱한 인종차별 논란을 샀지만,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낮은 실업률 덕분에 흑인 실업률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6%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취임 후 첫 3년간 미국의 실질 가구 중간고득도 6000달러나 상승했다. 그 이전 15년여간 상승액은 250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같은 경제 지표가 막대한 재정 적자를 바탕으로해 단기적인 성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에게 배울 것이 있다면, 미국 경제는 관료들이 한때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고, 실업률도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미 뉴욕증시 S&P500지수는 연평균 14.34% 상승률을 보이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12.43% 기록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은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무너뜨리게 했다. 한때 미국의 실업률은 14.7%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금도 6.7%를 유지하며 팬데믹 이전보다 2배 가량 높은 상황이다.

가디언은 "경제만 놓고 보면 트럼프는 나쁜 패배자라기 보다는 불운한 대통령이었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2024년 재출마 꿈도 물거품될라…트럼프의 '트럼피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그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트럼피즘'은 승리했다는 평가가를 받기도 했다. 역대 대선에 두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데다가, 최다 득표 패배자라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2016년 그의 당선이 단순히 운이 좋았음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2024년 재출마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6일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 시위대. /AFPBBNews=뉴스1지난 6일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 시위대. /AFPBBNews=뉴스1
하지만 트럼피즘은 결국 막판 트럼프 대통령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6일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바이든 당선인의 최종 당선 인증 절차가 진행됐는데,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 인근에서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을 향해 행진하자"고 말했고, 시위대 난입 이후에도 이들을 옹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역사상 처음으로 두번이나 하원에서 탄핵당하는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반란 선동' 혐의로 트럼프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지난 13일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다. 최종 탄핵여부는 앞으로 상원을 거쳐야 결정된다.

현실적으로 오는 20일 정오면 퇴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임기내 탄핵하기는 어려운 상황. 하지만 민주당은 퇴임 후 탄핵을 추진해 2024년 재출마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피즘'을 버려둔채 백악관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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