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수 증가로 부동산 실패?.."정부 정책이 세대 분리 자극"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1.01.18 15:09
글자크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작년 한해 무려 61만 세대(가구)가 늘었다. 예년에 없던 증가다. 이유는 좀 더 분석해야겠지만 이로 인한 공급부족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부동산 투기 방지에 역점을 뒀지만 시장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한 말이다. "부동산 만큼은 자신있다",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는 지난 발언과 비교하면 상당한 입장 변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실패를 회피하려는 '면피성 발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례적 세대 수 증가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文 "세대 수 급증에 공급부족 심화"…전문가들 "부동산정책 실패 면피용 발언" 지적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정부는 가구 수 분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중장기적인 공급계획을 세우는 게 기본적인 책무"라며 "작년에만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가구 수 급증으로 공급부족을 불러왔다는 말은 임대차2법 등 정책 실패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세대 수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원인에 대해선 "다주택자를 적폐로 보고 모든 정책을 1가구 1주택자 우대로 펴다보니 세대 분리를 자극한 면도 있다고 봐야 한다"며 "사실상 정부가 추진한 정책대로 시장이 움직인 것인데 이 결과를 공급부족 원인으로 꼽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대 수 역대 최대 증가, 왜?…주택청약·학업 등을 위한 '분가' 영향 무게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민등록상 세대 수 증가는 2016년 28만, 2017년 34만, 2018년 41만, 2019년 44만, 2020년 61만가구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 말대로 지난 한해 61만 가구 늘어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30만~40만세대 수준인 평년 증가량을 크게 웃도는 역대 최대 수준이며 연간 증가폭(17만 가구)도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증한 까닭이다.


세대 수 분리 사유는 크게 결혼, 이혼, 분가 등이 꼽힌다. 통계청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나 지난해 혼인 신고 건수가 줄었고, 이혼 건수도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분가'가 가장 주된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통계청 관계자는 "세대 수 분리는 보통 주택 분양이나 학교 전입을 위한 사례가 많다"며 "실제 동거자로 파악돼 가구 수로 조정하면 숫자는 다소 줄어들겠지만 지난해 세대 수 증가폭 자체가 큰 것에 대해선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새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한 의도적인 분가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무주택 대출규제 관련 "전문적 영역" 답변 회피
문 대통령이 30~40대 신혼부부들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최근 아파트 고분양가를 지적하면서 40%대 LTV(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로는 자기 자금이 최소 3억~4억 필요한데 대책이 없냐고 묻자 "아주 구체적, 전문적 부분 들어가면 답변이 어렵다"고 답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아파트 분양가격이 너무 올라 부모 도움없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무주택 가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묻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이라며 "이걸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답변을 피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정말 30~40대 어려움이 뭔지 이해하고 있는건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촌평했다.

추가 전세대책 예고했지만…전문가들 "임대차2법 폐지 등 정책 전환 우선"
문 대통령이 설 전에 발표할 공급대책에 "전세 물량을 빠르게 늘릴 대책도 포함됐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여러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전세대란을 촉발시킨 근본적 원인이 당정이 졸속 추진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이 아니라고 인식한 점에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임대차2법 폐지, 양도세 완화 등 중요한 정책 기조 변화 없이는 사실상 단기에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대책을 끄집어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서울 지역은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까지 실수요자들이 몰려 가격이 오르는 상황인데 최소 3~4년 걸리는 공공 중심 대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상적으로 추진한 민간 정비사업을 인위적으로 막지 않았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고 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바꿔야 그나마 불안심리가 진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임대차2법 폐지, 양도세 완화 외에 재건축 단지 2년 의무거주기한 페지도 전세난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