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의지도 상실 더는 못 버텨”…’할 말 잃은’ 영세 상인들

뉴스1 제공 2021.01.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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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에 허탈

16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식당의 테이블이 대부분 텅 빈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개인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 발표했다. 2021.1.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16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식당의 테이블이 대부분 텅 빈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개인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 발표했다. 2021.1.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돈은 안 벌리는데 나가는 데는 많고…이제는 정말 죽겠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현행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더 연장됐다.

정부는 또 개인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5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를 당분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카페도 식당처럼 밤 9시까지 취식이 가능하도록 일부 완화 조치됐으나, 영세 상인 대부분은 업종을 떠나 불만가득한 반응을 보였다.

16일 오후 4시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한 식당. 텅텅 빈 식당 내부에는 '음식 배달 서비스'의 알람 소리만 가득했다.



알람을 받고 급하게 조리대에 선 업주 김은정씨는 "요즘은 집으로 다 갖다주는 것이 유일하게 장사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5인 이상 모임이 안 되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다 보니 직접 매장을 찾아 식사하는 손님이 없다"며 "모든 식당들이 배달을 선택하니 배달 업체만 잘 될 것"이라고 헛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이 제도가 또 몇주 이어진다고 하니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될 지 아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곳 인근에 있는 다른 식당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한파로 인한 수도관 동파로 일주일을 강제(?)로 쉬게 됐다는 한 식당 사장은 "비싼 돈을 들여 수도관도 고치고 다시 힘을 내 열심히 장사해볼까 했는데 무슨 날벼락 인 지 모르겠다. 정말 죽을 맛이다"고 토로했다.

16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카페의 의자가 전부 뒤집혀진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개인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 발표했다. 현행 카페 내 음식 섭취가 불가했던 거리두기 기준은 18일 0시를 기점으로 일부 완화될 예정이다. 2021.1.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16일 오후 광주 북구 한 카페의 의자가 전부 뒤집혀진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개인 간의 접촉을 줄이기 위한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와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 발표했다. 현행 카페 내 음식 섭취가 불가했던 거리두기 기준은 18일 0시를 기점으로 일부 완화될 예정이다. 2021.1.1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이 불만스러운 것은 카페 사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제한이 일부 완화되기는 했지만, 기대보다는 혼란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큰 듯 했다.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앞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강현성씨는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거리두기 방안으로 카페 안에서 음료를 마실 수는 있게 됐지만 기준이 아리송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오는 18일 0시를 기점으로 연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에서 '카페' 부문의 표현이 일부 애매하게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번 행정명령에서 카페는 현행 식당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장 내 영업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2인 이상이 커피?음료류, 디저트류만을 주문했을 경우에는 매장 내 머무는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하도록 '강력권고' 했다.

강 사장은 "대체 '강력권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며 "아예 금지면 금지고, 풀어줄거면 풀어주지 지키는 사람과 안 지키는 사람이 나눠져 '형평성'에 어긋날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게는 '1시간 넘었으니 나가달라'고 했는데 옆 가게에서 '앉아서 드셔도 된다'고 하면 지키는 사람이 외려 피해를 보는 게 아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근 카페 사장도 "영세 상인들에게 몇 차례 지급해준 재난지원금이 '배려'보다 그저 '입 다물고 참으라'는 의미로 밖에 안 느껴졌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거리두기 때문에 장사가 안 되다가, 거리두기 끝나서 회복 좀 하려고 하면 또 다시 시작되는 거리두기"라며 "이제는 의지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에 장사를 하는 영세 상인들은 그냥 죽으라는 뜻"이라고 한탄했다.

광주시는 정부의 방침에 맞춰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8일 0시부터 31일 24시까지 2주간 연장했다.

이에 따라 100인 이상 모임?행사금지, 5인 이상 사적 모임금지 등 핵심 방역조치는 현행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나 카페와 목욕장업, 종교활동, 숙박시설 등 일부 방역 조치는 완화·추가 등 조정됐다.

김종효 행정부시장은 "새해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연장 시행되면서 시민들의 일상이 추운 겨울처럼 얼어붙고 영세 자영업자와 상인들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고통과 손실이 누적되고 있지만 우리 모두 조금씩 더 힘을 내 이 고비를 이겨내야 한다. 앞으로 2주간이 방역대책의 최종 승패를 결정하는 시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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