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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실형에 삼성 망연자실…"국가경쟁력 타격 불가피"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박소연 기자, 이정혁 기자 2021.01.1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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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환송심 재구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1월23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법원이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삼성그룹이 또 다시 '시계제로' 상황에 놓이게 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선고를 TV 중계와 보도로 접한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서울서초사옥에서는 선고 공판이 끝난 뒤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일손을 놓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초사옥 인근에서 만난 한 삼성전자 직원은 "착찹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고군분투해왔는데 자칫 리더십 공백이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준법경영 성과 거뒀는데"…허탈한 삼성
삼성전자 내부에선 2019년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1년반가량 동안 삼성전자가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이 참작되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크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9년 10월 첫 공판을 열고 삼성이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확립할 경우 이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준법감시위를 설립하고 같은 해 5월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데다 무노조 경영 철폐를 선언하면서 준법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는 평가도 나왔다. 올 들어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삼성 5개 전자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삼성이란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준법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나아가 저 이재용이 어떤 기업인이 돼야 하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었다"며 준법경영 의지의 진정성을 다시 한 번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양형에 참작하기 어렵고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뉴 삼성' 비전 실행 지연 불보듯…"·투자·M&A 결정엔 오너십 필요"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연매출 300조원, 임직원 30만명이 넘는 삼성그룹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을 가장 큰 우려로 꼽는다. 특히 이 부회장이 밝힌 '뉴 삼성'의 비전 실행은 하염없이 미뤄지게 됐다.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나 M&A(인수합병)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2017년 글로벌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할 M&A 사례가 없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M&A 규모는 1150억달러(약 124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 비대면 상황과 맞물려 뉴노멀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엔비디아, AMD 등이 과감한 인수합병을 벌이는 가운데 삼성의 M&A 시계는 4년 넘게 멈춰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지난해 7월 방송된 사내방송 인터뷰에서 "과거 삼성이 일본 반도체업체들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의 독특한 기업 문화인 '총수 경영'에 따른 경쟁우위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2018년 8월 발표한 180조원 투자와 AI(인공지능)·5G(5세대) 이동통신·바이오·전장 등 4대 미래성장사업 25조원 투자 같은 결단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강력한 오너십이 요구되는 결정"이라며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는 이런 부분에서 제약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구글 반사이익 커질까…한국 경제 악영향 우려도
삼성그룹이 오너십을 중심으로 그동안 쌓아올린 해외 네트워크에도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부터 일본, 인도, 미국 등 해외 각지의 정관계 고위 인사들과의 소통은 삼성전자의 사업뿐 아니라 국가적 소통 창구로도 유용하게 쓰였다는 점에서 손실이 클 전망이다.

실형 선고에 따른 또다른 부담은 대외 신인도와 브랜드 가치 하락이다. 글로벌 기술·수주 경쟁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애플, 구글, TSMC 등 해외 경쟁업체가 삼성의 이런 상황을 교묘히 활용, 반사이익 효과를 누리면 세계 무대에서 삼성뿐 아니라 한국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학계, 벤처업계, 중소기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밝힌 시스템반도체 산업생태계 강화 방안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의 경쟁력 상실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전문경영인 체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삼성처럼 업종이 다각화된 그룹에서는 사업 전반을 큰 그림에서 보고 총체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측면에서 전문경영인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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