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베란다 고드름'이 내 차에 떨어졌다...손해배상 어떻게?

머니투데이 김효정 에디터 2021.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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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한껏 기승을 부리던 한파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소방청이 '고드름 낙하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기온이 오르면서 건물 외벽 등에 얼어붙어 있던 고드름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방청에 따르면 한파특보가 이어진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10일까지 고드름 제거 출동이 1900여 건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출동 건수 77건보다 14배 이상 증가한 수치인데요. 이에 따라 올해는 고드름 낙하로 인한 사건사고 우려가 한층 커졌습니다.

건물 외벽에 생긴 고드름은 크기와 높이에 따라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2019년 동작구 상도터널에서는 10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요. 당초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로 알려졌지만 조사 결과 터널 누수로 인한 고드름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갑자기 떨어져내린 고드름에 놀란 운전자가 급하게 방향을 바꾸다 사고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2018년에는 강남구 고층 빌딩에서 고드름이 떨어져 지나가던 시민이 부상을 입기도 했는데요.

고드름 낙하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견본주택서 떨어진 고드름에 행인 사망


2013년 한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를 걷던 남성 A씨가 아파트 견본주택 보일러 연통에서 낙하한 고드름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A씨 유족들은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시행사, 시공사, 시공사 직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요.

법원은 시행사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연대해 A씨의 아내에게 7153만원, 자녀 3명에게 3935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사건 재판부는 "견본주택 점유자인 시행사가 보일러 연통 밑에 통행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고드름이 떨어질 경우 보행자가 다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시행사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시행사를 감독할 의무가 있지만 소홀히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행사 측이 "보일러 연통이 돌출돼 있었던 만큼 A씨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보행했어야 하고 사고가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 손해액 산정에 사정이 참작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아파트 시공사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시공사가 아파트를 완공해 시행사에 인도한 이상 시공사를 아파트 점유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건물서 떨어진 건물로 재산 피해…점유자에게 배상책임

고드름 사고의 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고드름이 떨어진 건물 등의 점유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합니다. 민법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공작물점유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선 판례에서 시공사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만일 전세 아파트 창틀에 매달려 있던 떨어져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돌아갈까요?

아파트 소유주가 아닌 현재 점유자인 세입자에게 책임이 돌아갑니다. 앞서 말한 대로 사고발생 당시 해당 공작물을 점유한 사람에게 책임이 인정됩니다. 이에 따라 세입자가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업체 등에 관리의무가 있으므로 책임을 나눠 부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민법은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않은 경우 소유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점유자가 사고 예방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면 손해를 입은 제3자는 소유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고드름 제거 어려울 땐 119 신고해야

건물 외벽에 얼어붙은 고드름은 보행자나 차량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건물 사용자나 건물관리자가 직접 제거하긴 어렵습니다. 고드름을 제거하려 직접 나섰다간 더 큰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119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고드름 제거는 법에 명시된 소방대원의 의무입니다. 소방기본법은 신고 접수시 소방대원이 출동해야 하는 생활안전활동을 규정하고 있는데요. 생활안전활동에는 붕괴, 낙하 등이 우려되는 고드름, 나무, 위험 구조물 등의 제거활동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만 건물관계자 등도 고드름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요. 건물 옥상 빗물받이 등 배관에 새는 곳이 없는지 점검하고, 폭설이 내린 경우 눈이 녹으면서 고드름이 생기지 않도록 제설작업을 철처히 해야 합니다. 또 보행자가 다니지 못하도록 안전선을 설치하고 안내판을 부착하는 등 고드름 낙하에 대비해야 합니다.
글 : 법률N미디어 김효정 에디터
[법률판] '베란다 고드름'이 내 차에 떨어졌다...손해배상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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