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앱' 노골적 가입조건 "30대男 연봉 7000만원·女 외모 3.6점 이상"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박수현 기자 2021.01.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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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년 추계 제54회 웨덱스코리아 웨딩박람회를 찾은 예비 부부들이 드레스를 살펴보며 이동하고 있다. 2020.07.19.   20hwan@newsis.com[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0년 추계 제54회 웨덱스코리아 웨딩박람회를 찾은 예비 부부들이 드레스를 살펴보며 이동하고 있다. 2020.07.19. [email protected]


"30대 남자는 연봉 7000만원 이상, 여자는 프로필 외모 심사 평가 3.6점 이상"

데이팅 앱 골드스푼 공식 사이트에 나와있는 가입 조건들이다. 노골적이지만 오히려 검증됐고 안전한 만남이 가능하다며 환영하는 3040들도 많다. 가벼운 연애에서 이제는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앱 사용자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데이팅 앱 시장 규모는 약 2000억원로 추산된다. 2015년 500억원에서 약 6년만에 4배 이상 성장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게임을 제외하면 위피, 심쿵 등 데이팅 앱이 상위 매출 앱에 포진해있다.



앱 가입하려면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외모' 인증해라
/사진제공=골드스푼/사진제공=골드스푼
일반적인 데이팅 앱 뿐만이 아니라, 남성은 경제력, 여성은 외모를 '인증'하면 가입할 수 있는 골드스푼, 다이아매치 등 프리미엄 앱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남성은 강남에 집이 있거나 고급 외제차를 소유했거나 전문직종을 갖고 있다는 '서류'를 내야 가입할 수 있다. 여성은 승무원, 모델 등 흔히 외모가 출중하다는 직업을 갖고 있으면 가입할 때 우대받는다.

실제 골드스푼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1.5억 슈퍼카', '강남 거주 인증', '30대 연봉 7000만원 이상' 등 다소 노골적으로 경제적 스펙을 가입 조건으로 내세운다. 여성은 이 조건에 미달하더라도 '외모 심사' 평가 점수가 3.6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다.

다이아매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곳은 '대학'도 가입 요건에 포함시키는데, 국내 7개 대학만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돼있다. 대학 요건이 안맞더라도 다른 '경제력 스펙'이 맞으면 가입 가능하다.


'검증된·안전한' 만남 가능해 더 좋다는 이용자들…"'경제력 인증'하면 성사율 높아져"
/사진제공=다이아매치/사진제공=다이아매치
앱의 이용자들은 '검증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오히려 더 안전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국내 대형 증권사에 다니고 있는 이모씨(33)는 지난해 성탄절 연휴때 처음으로 '다이아매치'라는 데이팅 앱을 가입해봤다. 연말 분위기에 외롭기도 했고 또 나이가 있는 만큼 '괜찮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나 이런 사람이니까 기본적으로 고스펙을 갖춘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예 노골적으로 남자는 경제력, 여자는 외모를 강조하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골드스푼에서 남자친구를 만난 김모씨(29)도 "더 좋은 스펙을 갖고 있고 나랑 맞는 사람을 찾는 게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본다"며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인증을 시켜서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편한 마음으로 지금의 남자친구와 만남을 결정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해부터 앱을 이용한 A씨(32)도 "평소 알기 어려운 고스펙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애용하고 있다"며 "결혼은 하고 싶은데, 마땅히 만날 사람이 없거나 인맥이 넓지 못한 사람일 수록 앱에 더 의존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좋은 평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8월 처음 골드스푼을 접한 김모씨(32)는 "상대가 엄청 도도하길래 인증한 자산이 얼마인가 했더니 기대에 비해 한참 못 미쳤다"며 "인증 절차가 얼마나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데이팅 앱도 아예 문턱을 낮춰 최대한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앱과 소수의 고스펙 고객만 남기려는 앱으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3040 데이팅 앱 '은하수다방'을 운영하는 김진환 에이프릴세븐 대표는 "데이팅 앱 시장이 프리미엄 소개팅과 대중 소개팅으로 양극화돼 급성장하고 있다"며 "'경제력 인증'을 하면 커플 성사율이 높아진다는 자사 데이터도 있어 앞으로 3040의 인증 데이팅 앱 유입은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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