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손님 하나 없는 한산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 점심시간/사진=홍순빈 기자
20일 찾아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점심시간은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수산시장을 찾아오는 손님보다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이 더 많았다. 간혹 지나가는 손님들은 회를 떠 포장만 해가거나 이미 손질된 활어를 가져가는 게 전부였다.
활어·패류 입하량도 '뚝'…"이마저도 남아 폐사하는 전복 수두룩"
수산시장 A 상회에서 일하는 김모씨(30)는 "요즘은 입고 물량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줄었다"라며 "이마저도 팔리지 않아 남은 전복이나 문어들을 다 폐사시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매출은 줄었는데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지출은 여전해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30일부터 올해 1월9일까지의 6주동안 활어·선어·패류·냉동을 모두 포함한 수산물 입하량은 7426t(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84t)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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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요리해 먹기 쉬운 고등어와 갈치 등 선어류 입하량이 17% 늘어면서 전체 감소량을 상쇄했지만 활어와 패류 입하량은 같은 기간 각각 9%, 11% 감소했다. 냉동어류는 28%로 가장 감소율이 컸다.
수협노량진수산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입하량 감소는 코로나 여파, 연근해 어획량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라며 “최근에 패류를 많이 폐사시킨다”고 말했다. 선어류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그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요리해 먹기 편한 선어류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어종과 다르게 선어류는 쉽게 포장해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수산시장 겨울이 성수긴데, 여름까지 버틸 힘 없다"
20일 노량진 수산시장 2층 식당가. 1층에서 회를 떠 가는 손님이 없어 2층 식당가도 빈 자리만 가득하다/사진=홍순빈 기자
시장에서 30년째 광어와 도미 등 활어를 팔고 있는 B씨는 "겨울부터 5개월 바짝 벌어야 여름까지 버티면서 먹고 사는데 지금은 아예 벌지 못한다”라며 "이번 겨울처럼 손님이 안 온 적이 없는데 올해는 정말 견디기 힘들다"라고 했다.
시장에서 광어와 가리비를 파는 C씨는 "코로나 생기기 이전에는 점심시간에 사람들이 꽉 찼는데 지금은 찾아오는 손님들이 아예 없다"라며 "9시 식당 영업 제한조치 때문에 그나마 퇴근하고 찾아왔던 저녁 손님들까지 안 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고 말했다.
수산시장을 직접 찾는 사람들이 줄자 상인들은 배달, 포장 주문을 늘리며 활로를 찾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집으로 활어나 갑각류를 배달시키는 사람들이 늘면서 배달.포장 매출 비중이 2배 이상 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년과 다르게 배송 시 아이스팩도 넣어 집에서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