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물질 10억 배 정밀검출…'치매 위험' 빨리 알 수 있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1.1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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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생체분자 검출용 디지털 라만분광기술 개발…암 치료 모니터링 등에 활용

대역확산 라만 분광 기술 개념도/사진=KAIST대역확산 라만 분광 기술 개념도/사진=KAIST


카이스트(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팀이 치매 등의 뇌 신경 질환을 일으키는 몸속 원인물질을 기존보다 10억 배 이상 정밀하게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구팀은 통신 분야의 대역 확산기술(CDMA)을 라만 분광 검출법에 적용, 기존 신경 전달 물질 검출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 라만 분광법은 특정 분자에 레이저를 쏘았을 때, 그 분자 전자의 에너지준위 차이만큼 에너지를 흡수하는 현상을 통해 분자의 종류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대역확산 디지털 코드 분광 기술’은 다양한 분자진단, 약물 및 암 치료 모니터링, 현장 진단용 광학 진단기기,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우울증 등의 뇌 질환은 뇌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거나 불균형을 일으켜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를테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아세틸콜린이 부족하거나 글루탐산염이 높은 특징이 있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몸이 굳어지며 떨리는 파킨슨병에 걸리기 쉽고, 조현병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같은 질환을 조기 진단하려면 신경전달물질 농도 변화를 정밀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데, 생체 내에서 극히 낮은 농도로 존재하므로 검출하기가 까다롭다.

기존 신경 질환 진단기술인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표면증강라만분광(SERS),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 형광 표지 기반 센서 측정 등의 분석 방식은 물질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몰농도’ 기준 1나노몰농도(10억분의 1몰농도) 수준이다. 1나노몰농도보다 낮은 농도의 물질은 검출하기 어렵다. 또 검출에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 분야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기술)를 생체 분자 검출에 적용, 잡음 신호를 제거하고 표적 생체 분자 신호만 고순도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역확산 분광기술과 표면증강 라만분광법을 접목시켜 별도의 형광 표지 없이도 도파민·세로토닌·아세틸콜린·가바·글루타민 등 5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아토몰 농도에서 검출, 기존 검출한계를 10억(109)배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신호대잡음비가 1000배 이상 증가함을 확인했다.

정기훈 교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휴대용으로 소형화를 진행하면 낮은 비용으로 무표지 초고감도 생체분자 분석 및 신속한 현장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생화합물 검출, 바이러스 검출, 신약평가분야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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