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확산 라만 분광 기술 개념도/사진=KAIST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우울증 등의 뇌 질환은 뇌세포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거나 불균형을 일으켜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를테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아세틸콜린이 부족하거나 글루탐산염이 높은 특징이 있다. 도파민이 부족하면 몸이 굳어지며 떨리는 파킨슨병에 걸리기 쉽고, 조현병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기존 신경 질환 진단기술인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표면증강라만분광(SERS),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 형광 표지 기반 센서 측정 등의 분석 방식은 물질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몰농도’ 기준 1나노몰농도(10억분의 1몰농도) 수준이다. 1나노몰농도보다 낮은 농도의 물질은 검출하기 어렵다. 또 검출에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 분야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기술)를 생체 분자 검출에 적용, 잡음 신호를 제거하고 표적 생체 분자 신호만 고순도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역확산 분광기술과 표면증강 라만분광법을 접목시켜 별도의 형광 표지 없이도 도파민·세로토닌·아세틸콜린·가바·글루타민 등 5종의 신경전달물질을 아토몰 농도에서 검출, 기존 검출한계를 10억(109)배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 또 신호대잡음비가 1000배 이상 증가함을 확인했다.
정기훈 교수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휴대용으로 소형화를 진행하면 낮은 비용으로 무표지 초고감도 생체분자 분석 및 신속한 현장 진단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다양한 생화합물 검출, 바이러스 검출, 신약평가분야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