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은 부인했지만…다주택자 "양도세 낮추면 팔겠다"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박미주 기자 2021.01.1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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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단지 전경/사진= 박미주 기자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단지 전경/사진= 박미주 기자


최근 불거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론'과 관련 당정이 "검토한 적 없다"며 완강히 부인한 가운데 일부 다주택자들은 "양도세가 완화된다면 팔 생각이 있었다"며 뒤늦게 아쉬워했다.



양도세 완화만으로 매물이 쏟아지지는 않겠지만 대출 규모가 많거나 자금 사정이 급한 매물은 시장에 나올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완화론이 부상한 지 하루만에 당정 모두 "계획없다"고 강력 부인하면서 기대감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강남 다주택자 "양도세만 완화되면 팔고 싶다"
13일 강남·마포 일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양도세 완화론과 관련해 "완화된다면 주택을 일부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개포동 A중개업소 대표는 "아무래도 양도세가 너무 과도해서 못팔겠다며 양도세만 완화되면 팔고 싶다는 뜻을 비춘 집주인들이 있다"며 "중과세 부분이 한시적으로 완화되면 제한적이기는 하겠지만 시장에 나올 물건이 일부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마포구 아현동 B중개업소 관계자도 "대부분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많이 내놓지 않고 있고 양도세 내면서 파느니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계속 보유할 거라 한다"며 "다주택자들에 양도세를 완화해야 매물이 많아지고 급매물도 나오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필 세무사도 "사람들이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한 이유는 증여세와 취득세를 더해도 양도세가 더 많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양도세가 완화돼서 증여세+취득세와 금액 차이가 벌어진다면, 시장에서 현금화 시키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부동산커뮤니티에서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네이버카페 '부동산스터디'에서 다주택자 329명을 대상으로 양도세 완화 시 어떤 선택을 하겠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5.6%가 '이번 기회에 정리한다'고 답했다. '어차피 오를 것이니 가져간다'는 응답은 41.9%였다. 한 다주택자는 "양도세를 낮춰준다면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우선순위가 낮은 것부터 내놓을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버티겠다"는 의견도
서울 마포구 용강동 공인중개소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서울 마포구 용강동 공인중개소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물론 양도세가 완화된다고 해도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매물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버티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많고 이미 팔 사람은 다 판 상태여서 일부 자금 사정이 급한 매물, 대출을 많이 낀 매물들만 매도 대상으로 고려된다.

마포구 용강동 C중개업소 대표는 "5월까지 팔아야 양도세가 추가로 중과되지 않는데 이를 적용받으려는 다주택자들은 이미 집을 다 팔았고 일부 못 판 사람들은 전세 때문에 못 팔았다"며 "3채 이상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전세금을 올려서 세금 낼 생각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팀장은 "5월까지 팔더라도 양도세 기본세율이 45%, 2주택자는 55%, 3주택자는 65%가 최고세율이라 내야 할 세금이 몇천만~몇억원 단위로 많다"며 "종부세의 5~10배 이상이라 한번에 양도세 내느니 집값이 오를 수도 있으니 종부세 내면서 버티겠다는 심산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간보기는 그만 "시장 안정되려면 양도세 인하 필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 박미주 기자
게다가 완화론이 부상한 지 채 하루도 안돼 당정 모두 "검토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기대감 역시 한풀 꺾인 상황이다. 시장에 혼란만 주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서초구 잠원동 D공인 대표는 "일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추가 중과를 피하기 위해 5월까지 팔아야 한다지만 아직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 싸게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매수 대기자들도 양도세가 완화돼야 가격 내린 매물이 나올 수 있을텐데 정부가 양도세 완화를 하지 않겠다고 해 아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세무사는 "최근 불거진 양도세 완화와 관련해서는 '간보기'밖에 더 되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냥 던진 얘기 가지고 우왕좌왕 할 건 아니고 구체적으로 얘기가 나오면 아마 매도시기 저울질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 완화책이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지려면 한시적으로 현행 중과세율이 아닌 기본세율을 적용하는 식의 파격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안 팔면 100% 이익이고 증여하면 되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5월말이 가까워진다 해도 매물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며 "기존 매물을 순환시키고 시장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양도세를 지금보다 10%p 인하시켜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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