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VS 3000]펀드 열풍 2000시대 vs 동학·유튜브 3000시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1.01.1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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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여정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이번에 기록한 ‘코스피 3000’이라는 이정표는 각별하다. 2007년 2000선에 도달한 후 3000선까지 오는데 무려 14년이 걸렸다.



2007년 ‘코스피 2000’ 시대와 2021년 ‘코스피 3000’ 시대를 비교해보면 비슷하면서도 다른 지점이 적잖다.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면 △전화위복 △실적 개선 △급증한 유동성 △주도주 흥행 △글로벌 증시 동반 강세 등의 공통점이 있다.



반면 2007년 ‘펀드 열풍’과 2021년 ‘동학개미운동’은 확연히 구분된다. 제한된 정보에 목말랐던 개인 투자자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로 학습하며 투자한다. 주도 업종도 업그레이드됐다는 차이점도 발견된다

[2000 VS 3000]펀드 열풍 2000시대 vs 동학·유튜브 3000시대


◇위기 이후 몰리는 돈 = 2002년 카드대란 후 정부는 막대한 지원책을 쏟아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비교할 수 없지만 정부는 ‘위기 대응’ 차원에서 유동성을 공급했다.

자산 가격도 급등세를 보였다. 인과관계는 없지만 현재 정권과 궤를 같이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2003년2월~2008년2월)의 임기에 부동산과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 급등이 이뤄졌다는 게 공교롭다.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중공업, 기계 등 한국경제 주축을 이뤘던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시중에도 자금이 돌며 경기가 살아났다. 중국도 고성장에 진입한 시기였다.

이로 인해 증시에 꾸준히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다. 2007년 3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고객예탁금이 순유입을 기록했다. 특히 코스피가 7월 초부터 2주간 12%(220포인트)나 상승하면서 속도가 더 빨라졌다.

‘코스피 3000’을 만든 힘도 풍부한 유동성이다. 저금리+확장적 재정정책 등으로 돈이 풀렸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풀린 돈이 갈 곳도 마땅찮다. 증시 상승세가 한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펀드 열풍 VS 동학 개미 = 주목할 점은 증시로 유입된 자금과 투자자의 성격이다. 2007년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증시로 밀려왔다. 다만 직접투자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열풍이 불었다.

일례로 6~7월 국내 펀드엔 일 평균 1500억원씩 유입됐는데 당시 경제를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였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모 증권사가 판매한 ‘3억 만들기 주식형 펀드’라는 이름은 투자자들의 금융자산 규모를 가늠케 한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대비 주식형펀드의 비중은 2006년 1월말 5.72%에 불과했는데 2007년말에는 8.18%로 급등했고 이듬해 연말에는 9.63%까지 올라갔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절대 다수인 대중투자자는 주로 펀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직접투자가 대세다.

[2000 VS 3000]펀드 열풍 2000시대 vs 동학·유튜브 3000시대
지난 연말 기준 시가총액 대비 주식형펀드의 비중은 3.28%에 불과하다. 2007~2008년 비중의 1/3에 불과한 수준이다. 60대 이상 고연령층은 물론이고 20~30대 사회 초년생과 대학생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 6곳에서 개설된 신규계좌는 723만개로 2019년(260만개)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54%(392만개)가 20~30대였다. 이어 △40대(167만개) △ 50대(97만개) △60대 이상(35만개) 등이었다.

◇유튜브 상승장 = 과거엔 전업투자자가 아니면 펀드에 가입하거나 증권사 영업직원에게 투자를 위임·일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HTS(홈트레이딩시스템)도 낯설었다. 정보도 소수의 전유물이었다.

증권사 리포트를 읽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코스피 3000’ 시대엔 투자 정보가 급증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1인 영상제작이 쉬워지면서 주식투자와 관련한 정보가 급증했다.

[2000 VS 3000]펀드 열풍 2000시대 vs 동학·유튜브 3000시대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보의 품질에선 차이가 있겠지만 이를 불문하고 보면 참고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경제방송과 주식토론방, SNS, 유사투자자문, 온라인 애널리스트까지 생각하면 규모가 방대해졌다”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를 위한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 세 곳이 채널 구독자 수 10만명을 넘겨 유튜브 ‘실버버튼’을 받았다.

삼성증권 17만명, 키움증권 16만명, 미래에셋대우 12만명 등인데 업계 전체로는 수년 안에 100만명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외주식에 대한 문호가 넓어졌다는 점도 코스피2000 시대와 명확한 선을 긋는다.

이러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의 운용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게 커졌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47조5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연말기준 주식활동계좌 수는 3548만개로 1년 전보다 612만개(약 20%)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많으니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실력도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투자실력 편차는 크지만 전반적으로 시장저변이 커졌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들도 빠르게 직접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코스피 2000시대와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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