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인증' 전쟁/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연말정산을 기점으로 KB모바일인증서 가입자 수를 1000만명으로 늘리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전날 기준 누적 가입자는 632만명이다. KB모바일인증서는 허인 행장을 비롯한 은행 경영진이 요즘 가장 신경 쓰는 사업이다. 모델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전면광고는 물론 팝업, 유튜브 등 채널을 모두 동원해 ‘KB모바일인증서 띄우기’에 나섰다. 물밑에선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이 5대 금융지주, 은행과 접촉해 KB모바일인증서를 쓰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러한 설득 작업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공인인증제도가 폐지되면서 다른 은행들의 추격전도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를 토대로 범용성을 무기 삼아 도전장을 내밀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은행과 공공기관에서 두루 쓰도록 ‘WON(원)금융인증서’를 내놨다. 금융인증서를 우리은행 맞춤으로 변용한 것이다. 지난달 10일 도입된 금융인증서는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4일 기준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번 연말정산에서 기존 공인인증서와 함께 공동인증서로 로그인할 수 있다.
범용성 있는 인증서는 아니지만 인증 방식을 차별화하면서 눈길을 끈 곳도 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뱅킹 앱(애플리케이션) 하나원큐를 새로 선보이면서 얼굴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휴대폰 기종과 상관 없이 얼굴인증으로 로그인하고 이체 등을 진행할 수 있다. 다른 은행들도 자체 인증 방식을 선보이면서 사설인증 시대에 대비했다. NH농협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도 고려해 설계했다. 농협은행의 ‘NHOnePASS(원패스)’는 농협의 금융, 유통 계열사에서 가입과 인증 절차에 쓰는 통합 인증 서비스다. 신한은행도 지난달부터 모바일뱅킹 앱 ‘신한SOL(쏠)’에서 쓰는 자체 인증 ‘쏠인증’을 시작했다. 이들 은행은 자체 인증을 넘어 사설인증서 개발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