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상온노출 재현될라…코로나 백신유통, 남은 과제는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1.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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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2020년 12월27일 EU 일원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주사를 실시한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의료진이 자주색 마개의 화이자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2021. 1. 3.[AP/뉴시스] 2020년 12월27일 EU 일원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주사를 실시한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의료진이 자주색 마개의 화이자 백신 주사병을 들고 있다. 2021. 1. 3.


국내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이 다음달 말부터 시작된다. 3분기(7~9월)까지 1차 접종을 완료한 뒤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11월 이전 모든 국민의 60%를 대상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다.

확보된 백신 물량은 5600만명분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수 5178만명의 108% 수준이다. 1분기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를 시작으로 2분기 얀센 6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 3분기 화이자 1000만명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정부는 노바백스 등 다른 업체의 백신들도 추가 확보한다. 백신 효과의 지속 기간, 공급 차질 등 여러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에는 국산 백신의 임상3상을 마치고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콜드체인 핵심, 상온노출시 ‘전량폐기’ 가능성
이 같은 시나리오가 계획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백신의 ‘보관·유통’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각 백신마다 취급 방법이 다르고 콜드체인(저온유통)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신속하면서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백신은 생산국가에서 국내로 들여온 후 접종센터나 의료기관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해 운송·보관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온도가 지켜지지 않으면 지난해 독감 백신 '상온 노출' 사태처럼 어렵게 확보한 백신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영상 2~8도에서 보관할 수 있어 기존 독감 백신과 같은 보관·유통체계로도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 “1분기 내 냉동고 250대 설치”
[프로비던스=AP/뉴시스] 배달업체 페덱스 운송원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주도의 한 병원에 14일 아침 화이자-비오엔테크 코로나 19 백신 박스를 배달하고 있다. 오전 9시~10시부터 첫 백신 접종주사가 실시되는데 백신 주사약병은 전날 밤 늦게 아니면 새벽에 도착했다. 2020. 12. 14.[프로비던스=AP/뉴시스] 배달업체 페덱스 운송원이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주도의 한 병원에 14일 아침 화이자-비오엔테크 코로나 19 백신 박스를 배달하고 있다. 오전 9시~10시부터 첫 백신 접종주사가 실시되는데 백신 주사약병은 전날 밤 늦게 아니면 새벽에 도착했다. 2020. 12. 14.
정부는 조달청을 통해 화이자·모더나 백신 보관을 위한 냉동고와 접종용 주사기 등 장비·물품 구매를 진행 중이다. 이달 중 냉동고 100대를 우선 구매할 예정이며 1분기까지 250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질병관리청은 백신이 안전하게 접종기관까지 배송될 수 있도록 유통업체와의 계약을 이달 중 마무리할 예정이다. 질병청은 “백신 유통·보관 과정에서 실시간 콜드체인 유지가 가능하도록 철저한 대응 관리 체계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백신 초저온 운송이 가능한 국내 업체로는 용마로지스와 GC녹십자랩셀 (36,100원 ▼550 -1.50%)이 거론된다. 동아쏘시오홀딩스 (114,200원 ▼1,700 -1.47%) 물류자회사인 용마로지스는 지난 40여년간 다양한 의약품을 비롯해 독감 백신을 운송해온 경험이 있다.

GC녹십자랩셀은 GC녹십자 (109,100원 ▼1,500 -1.36%) 계열사의 모든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운송 과정에서 제품의 손상도나 적합한 온도, 습도의 추적 관리가 가능한 스마트태그(RFID)가 강점이다. 정부의 긴급 운송 과제를 맡고 있다는 점도 유력 후보라는데 힘을 싣는다.

접종 전문성 확보도 과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세계 최초로 허가 받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이어서 접종 절차가 까다롭다. 3~4주 뒤 2회차 접종 과정에서 다른 백신과 혼용될 가능성도 있다. 의사들도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을 받은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접종 1시간 전에 2~8도에서 해동한 뒤 적정 비율로 식염수와 혼합해 접종해야 한다. 한 상자에 5명분이 들어있어 5명이 동시에 접종을 하지 않으면 손실분이 발생한다. 인력·시설이 제한된 일반 병원에서의 접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접종센터 △위탁의료기관 등 2가지 접종 방안을 준비 중이다. 접종센터는 화이자처럼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백신을 주로 접종하고, 위탁의료기관은 독감 백신과 유사한 방식으로 정부가 지정한 접종기관에서 접종하는 방식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5600만명분 백신은 2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바로 접종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이 마무리되는 대로 접종을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속도감 있고 세심하게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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