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에서 한 발언의 파장이 일파만파 번졌다.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중과'(올해 6월 시행)를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당정이 양도세 강화 유예를 신중 검토하고 있단 일부 언론 보도 직후 나온 발언이라서 시점이 공교로웠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에서 2주택·3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했다. 이어 지난해 7·10 대책에선 추가로 각각 10%포인트씩 세율을 더 올렸다.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와 3주택자는 각각 양도세율이 최대 62%, 72% 수준으로 올라간다. 양도세 '중중과'를 예고한 것이다.
방송 직후 민주당 일각에선 홍 부총리 발언이 "신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킨 당사자는 민주당이었다. 서울시장 보괄선거 등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여당 일각에서 다주택자 매물 유도를 위해 양도세 감면 필요성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6월 예고된 양도세 '중중과'를 12월로 연기하거나 6월 양도세 '중중과'가 예고된 만큼 현행 양도세 '중과'를 아예 일반세율(6~42%)로 낮춰 버리자고 건의했다. 후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을 뜻한다.
"의견 수준의 건의는 있었지만 비중있게 검토한 적은 없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기재부 내부에선 동조하는 분위기도 일부 있었지만 국토교통부는 "절대 불가" 입장을 견지했고 민주당 역시 뒤늦게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도, 논의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하루 해프닝으로 끝나는 모양새지만 과거의 민주당 행보로 볼 때 선거철 '카드'로 재등판할 것이란 관측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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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양도세 완화론은 효과를 떠나서 '위험한' 카드다. 무엇보다 정부 정책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준다.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기에 정부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해 버리면 '죽도 밥도 안되는' 정책으로 전략해 버린다. 예컨대 6월 양도세 중중과를 의식해 미리 집을 내다 팔았거나 증여를 한 다주택자들은 불이익을 보게 되고 정책을 따르지 않았던 다주택자만 이익을 보게 된다.
6월 전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 사실상 감면하는 '파격' 카드를 쓴다면 다주택자 매물 유도에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가 6월 이후에도 중과를 유예할 것"이란 기대감을 키워 결과적으로 정부가 어떤 말을 해도 시장이 안 믿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투기 수요 차단과 과도한 시세차익 환수라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마저 흔들린다. 양도세 카드를 꺼내는 것은 얻은 것보다 잃는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