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는 지난 8일 기준 요구불예금이 잔액이 596조543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9조5255억(3.17%) 줄었다. 아무 때나 빼서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대기자금' 성격이 강하다. 목돈을 모으거나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 앞서 통장을 거쳐가는 돈이다. 요구불예금이 감소한 건 연초부터 대기자금이 어디론가 흘러간 셈이다.
같은기간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잔액은 각각 632조6172억원, 41조4125억원으로 지난달 말에 비해 각각 2096억원(0.03%), 915억원(0.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의 경우 정기예·적금이 전월보다 7조4765억원(1.17%), 1067억원(0.26%) 줄어든 사정을 감안하면 더딘 회복세를 보인 셈이다. 과거엔 새해 새 결심으로 저금 행렬이 이어졌지만 그런 움직임은 찾기 어려워졌다.

연초인데도 예·적금 상품에 별 반응이 없는 건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서다. 시중은행 적금에 돈을 넣어봐야 금리가 1%대 안팎에 불과해 외면 받는 셈이다. 최근 몇달간 새로 나온 적금 상품을 보면 금리보다는 제휴 혜택으로 고객을 유인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은행들도 별다른 특판 활동을 벌이지 않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영업점에서는 고객에게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위주로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가 일반적으로 퍼진 데다 코로나19(COVID-19)가 길어진 영향도 있다. 주식 투자 행렬에 가담하지 않은 이들을 가리켜 '벼락거지'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한 은행 영업점 직원은 "예전에는 이맘때 해외여행 자금 마련용 적금 수요가 있었는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