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전엔 이렇게 잘 웃었던 아이. 여전히 환히 웃었을 것이다, 정인이를 지켜줬더라면./사진=독자 제공, 마이스케치앱
첫 번째는 지난해 5월 23일이었지. 어린이집 원장님이 신고했어, 네 허벅지에 멍 자국이 있다고.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함께 네게로 갔어.
양부모는 멍이 어떻게 생겼는지 명확히 설명 못했어. 그들은 "오다리를 교정하기 위해 마사지를 했다"고 진술했어. 넌 너무 어려서 말할 수 없었어. 실은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지.
그러니 그걸 과학적으로 밝히는 시스템이 필요했던 거지. 의사는 아동학대 같다고 하는데, 부모가 아니라고 할 때 말이야. 증거가 불충분하다 할 게 아니라, 그걸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증명할 수 있는 절차 같은 것 말이야. 그럼 학대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이 되었을텐데.(권태훈 어린이재단 복지기획팀 팀장)
전형적으로 갖고 있는 아동학대 상이 있는 거야. 잘 사는 집에선 그런 일이 없다고 단정 짓는 거지. '직장도 괜찮은 번듯한 집에서 설마 애를 때리겠어'란 접근 말이야. 가정형편과 무관하게,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말이야.(김예원 변호사)
미안해, 2회 이상 학대 신고가 있을 때가 아니라 즉시 분리했어야 했어. 당위 문제인 거지.(승재현 한국형사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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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분리해야 하는 사건은 즉시 분리해야지. '몇 회 하면 기계적으로 즉시 분리' 이런 게 아니라. 다만 아동들 중에 갑자기 분리되면 공황이 오는 아이들도 있으니, 이런 아동의 심리를 잘 이해하는 게 필요해.(김예원 변호사)
마지막 신고는 지난해 9월 23일에 있었어. 어린이집 원장님이었어. 양부모 몰래 소아과에 갔고, 그곳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신고했지. 경찰과 아보전이 함께 갔고, 분리조치가 필요하다 판단했으나 양부모가 반발했어. 다른 소아과에선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하기도 했어. 그 말도 작용했어.
미안해,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방어하는 양모 쪽에선 기술이 늘어났을 거야. 실상을 파악하는 쪽에선 '아, 지난 번에 그 사건?' 이렇게 판단했을 거라 추정해. 이 경찰을 처벌해야 해. 그러나 경찰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원인과 심리 상황, 그걸 심층 분석해야 해.(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미안해, 아동학대에 대해 두 소아과 의사 소견이 달랐다면 제3자에게 정밀 검사를 받았어야 했어. 아보전은 양부모에게 왜 유리한 쪽으로 받아들였을지 납득이 안 가지. 아무리 열악하고 처우가 힘들어도, 결코 변명이 될 수 없어.(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시스템과 제도는 이미 다 있어. 경찰과 공무원, 민간 역할까지. 2000년대 초반부터 아동학대에 개입하며 시스템과 법이 강화가 됐으니까. 그만큼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인식도 강화가 됐느냐는 거지. 그러니 제대로 교육하고 있는지 집어봐야 해.(권태훈 어린이재단 복지기획팀 팀장)
가부장적 사회에서 자녀를 소유한단 개념 말이지. 훈육이란 말, '부모가 좀 때릴 수 있지' 그런 사고방식 말이지. '아동학대는 명확한 범죄'라는 인식, 그게 경찰 뿐 아니라 국민들도 인식을 바꾸는데 필요한 거야.(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이 말을 기억해야 할 것 같아.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 소유가 아닙니다. 그 아이들은 생명의 아들이고 딸입니다. 아이들은 당신을 거쳐서 왔을 뿐, 당신으로부터 온 것은 아닙니다. 또한 당신과 함께 있을지라도 당신의 소유물은 아닙니다.'(칼릴지브란의 예언서 中,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참조)
정인아 미안해, 왜 미안한지 기억할게. 그리고 바꿀게. 약속해./사진=독자 제공
오늘(13일)부터 정인이를 기리기 위한 재판이 시작된다. 많은 이들이 미안하다 울었고, 오늘도 그럴게다. 그냥 미안하다고 하는 것보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어떨까. 정인이에게 미안했던 게 뭔지 명확히 아는 것, 이젠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하는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잊지 않고, 분명히 바뀔 때까지 언제고 목소릴 내어서, 안타깝게 떠나야 했던 정인이의 넋을 달래고, 또 다른 정인이를 잃지 않는 것. 그게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이렇게 함께 외치는 이유일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