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최대실적'…동국제강의 부활 이유는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1.12 16:26
글자크기
'10년만에 최대실적'…동국제강의 부활 이유는


동국제강 (8,170원 ▼20 -0.24%)이 코로나19(COVID-19) 위기를 기회로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다. 지난해 10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이전 수준의 실적 회복이 예견되고 있어서다. 선제적 구조조정과 함께 시장 경쟁력을 갖춘 컬러강판 등 핵심 제품에 주력한 게 주효했다.



◇코로나 뚫고 최대 이익 내나=12일 증권가와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해 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산됐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416억원으로 4분기에 600억원 이상이 더해질 것이란게 업계의 예상이다.

증권가의 전망은 더 후하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소폭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8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동국제강이 지난해 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실현하면 2010년(4304억원) 이후 10년만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동국제강은 그간 철강제품 공급과잉과 경기둔화를 이기지 못하고 2012년과 2014년에 영업적자를 냈으며 2013년 'A+'로 우량 평가를 받았던 신용등급은 한때 'BB'까지 추락했다.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한 전략이 코로나19 국면에 오히려 이익을 늘린 배경이 됐다. 동국제강은 현재 가전제품과 건축 자재로 사용되는 컬러강판 국내 1위 업체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집중하면서 동국제강은 대표 고부가가치 제품인 컬러강판에 주목했고 회사가 어려웠던 2011년 이후 오히려 투자를 늘려 생산력을 확대했다. 2009년 49만톤 수준이던 연간 생산량을 현재 75만톤까지 끌어올렸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전수요가 늘었고 이는 컬러강판 판매로 연결됐다"며 "줄곧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을 이어온 게 감염병 국면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까지 전체 매출의 32%였던 컬러강판 등 냉연제품 비중은 지난해 35% 수준으로 뛰었다.


한때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던 8년 전 위기는 오히려 '예방접종'이 됐다. 장세주 회장의 동생 장세욱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포항 후판 2공장 운영을 중단했고 포스코강판 등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회사 지분도 털어냈다. 위기에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질로 미리 전환한 셈이다.

◇수익성 전략 가속화…오너 경영도 주목=하지만 경영진 내부에선 갈 길이 멀다는 자체 진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BBB-'인 신용 등급을 'A'로 회복해야 완벽한 부활을 말할 수 있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지속적으로 이익을 끌어올려 현금을 벌어들이는 한편 재무 안정성을 다져야 가능한 일이다.

동국제강은 올해도 경쟁력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수익성 전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약 250억원이 투입된 컬러강판 부산 증설이 진행 중인데 올 하반기 새 라인이 가동되면 생산능력은 연 75만톤에서 85만톤으로 확대된다.

조선 시황 회복을 타고 조선 핵심 자재인 후판 사업의 손익분기점 달성도 기대한다. 이를 위해 동국제강은 신개념 후판인 이종 두께 후판(브랜드명 'DK-LP Plate')을 내놓고 후판 신수요 개척에 속도를 낸다. 서로 다른 두께의 후판을 한 장의 후판으로 만들어 용접부 없이 구조물로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이다. 용접·검사 등을 생략할 수 있어 조선사 원가절감은 무론 공기단축·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 도약과 맞물려 상무로 승진한 창업 4세 장선익 상무가 전기로 제강과 철근 생산 등 현장을 책임진 상태"며 "장 회장과 장 부회장 등과 함께 오너 경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