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베트남행을 결단했던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하늘이 도왔다"고 말한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도 중국에서 공장을 돌릴 때보다 3배 이상 늘었다. A사가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긴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이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진출국으로 꼽힌다.
베트남 삼성공장. /박닌(베트남)=김창현 기자
베트남 하이퐁에서 사업을 하는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당장은 인건비 수준도 매력적이지만 저임금 노동력을 무한정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인은 없다"며 "인건비 자체보다 베트남 정부에서 기업하기 좋도록 도와주는 분위기가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해외 기업의 현지 투자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해준다. 한국에선 두세 달 넘게 걸리는 인허가도 1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정부가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임원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굳이 세금을 걷지 않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게 베트남 정부의 판단"이라며 "정부 정책이 이런 기조이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기업하기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거치며 기업유치 눈떠…'당근' 흔드는 나라들
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중국에 이어 아시아의 경제대국을 꿈꾸는 인도도 이맘때부터 철도 같은 인프라부터 보험·유통 등 서비스업까지 개방하면서 해외기업 유치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2~3년 전부터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전 세계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현지 생산량을 목표 수준까지 달성할 경우 매출 증가분의 4~6%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정책도 펴고 있다.
美·사우디·UAE 등 부유국도 기업유치 적극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초기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와 LG전자 (95,100원 ▼1,700 -1.76%), 현대차 (233,000원 ▼4,000 -1.69%) 등 우리 기업에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면서 현지 공장 건설을 압박한 것도 기업 유치 정책의 일환이다.
더 나은 시장과 입지를 찾는 것은 기업의 본능이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장사하는 글로벌 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韓, IT 발달 등 장점…정책적 변화 노력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2020년 10월20일 베트남 총리공관에서 협력 방안 논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IT가 발달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도 글로벌 기업이 R&D(연구개발)센터로 탐낼 만한 조건을 갖췄다"며 "정부가 민간과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으로 손발을 맞춘다면 우리도 충분히 기업 유치의 성과를 낼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