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어쩌다 베트남의 '최애' 기업이 됐나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1.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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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氣-UP)하기 좋은 나라]3-①외국의 해외기업 유인책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 시대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 국가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국부의 근간인 기업의 기운(氣)을 끌어올려(UP)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한국의 기업가들과 기업가 정신의 뿌리 찾기에 나섰다.

삼성은 어쩌다 베트남의 '최애' 기업이 됐나


"10여년 전만 해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면 중국이었지만 지금은 베트남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 A사 대표 김모씨의 전언이다. A사는 2000년대 초반 중국에 공장을 지었다가 10년만에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이미 중국에 투자한 돈을 생각하면 이전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지만 베트남의 조건이 워낙 좋았다.

김 대표는 베트남행을 결단했던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하늘이 도왔다"고 말한다.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도 중국에서 공장을 돌릴 때보다 3배 이상 늘었다. A사가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긴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이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진출국으로 꼽힌다.



베트남, 과감한 稅감면·빠른 인허가 등 장점
베트남 삼성공장. /박닌(베트남)=김창현 기자베트남 삼성공장. /박닌(베트남)=김창현 기자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인들은 베트남을 선호하는 이유가 한국의 4분의 1 수준인 인건비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베트남 정부의 정책이 발길을 잡아끈다는 것이다.

베트남 하이퐁에서 사업을 하는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당장은 인건비 수준도 매력적이지만 저임금 노동력을 무한정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인은 없다"며 "인건비 자체보다 베트남 정부에서 기업하기 좋도록 도와주는 분위기가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해외 기업의 현지 투자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해준다. 한국에선 두세 달 넘게 걸리는 인허가도 1주일이 채 걸리지 않는다. 정부가 공장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 임원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굳이 세금을 걷지 않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게 베트남 정부의 판단"이라며 "정부 정책이 이런 기조이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인데도 기업하기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거치며 기업유치 눈떠…'당근' 흔드는 나라들
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현대차 인도 첸나이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삼성은 어쩌다 베트남의 '최애' 기업이 됐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베트남은 해외 기업에 이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다. 과감한 개혁·개방을 표방하는 도이머이 정책을 1986년 채택했지만 초점은 농업에 맞춰졌다.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는 내국인과 철저하게 차별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자 베트남은 51개에 이르던 민간자본투자 금지업종을 6개로 축소하는 등 획기적인 정책을 내놨다.

중국에 이어 아시아의 경제대국을 꿈꾸는 인도도 이맘때부터 철도 같은 인프라부터 보험·유통 등 서비스업까지 개방하면서 해외기업 유치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2~3년 전부터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전 세계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현지 생산량을 목표 수준까지 달성할 경우 매출 증가분의 4~6%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정책도 펴고 있다.

美·사우디·UAE 등 부유국도 기업유치 적극
삼성은 어쩌다 베트남의 '최애' 기업이 됐나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게 일부 개발도상국만의 얘기는 아니다. 최근 기업 유치 경쟁에서는 선진국이나 부유국도 예외가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입주한 글로벌 기업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최대 50년 동안의 감세와 고용 혜택을 앞세운 '프로그램 HQ' 정책을 내놨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초기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LG전자 (95,100원 ▼1,700 -1.76%), 현대차 (233,000원 ▼4,000 -1.69%) 등 우리 기업에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쓰면서 현지 공장 건설을 압박한 것도 기업 유치 정책의 일환이다.

더 나은 시장과 입지를 찾는 것은 기업의 본능이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장사하는 글로벌 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韓, IT 발달 등 장점…정책적 변화 노력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2020년 10월20일 베트남 총리공관에서 협력 방안 논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2020년 10월20일 베트남 총리공관에서 협력 방안 논의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면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진출해 성공한 글로벌 기업으로 손꼽힌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수출액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라고 하면 베트남에서 유독 엄지손가락을 들며 국빈 대우를 해주는 이유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IT가 발달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도 글로벌 기업이 R&D(연구개발)센터로 탐낼 만한 조건을 갖췄다"며 "정부가 민간과 외국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으로 손발을 맞춘다면 우리도 충분히 기업 유치의 성과를 낼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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