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했더니 코로나 확산…그래도 사람·맛 포기 못하죠"

뉴스1 제공 2021.01.1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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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상생이 희망] 광주 김경오빵집
100% 우리밀·천연 발효 사용…나눔도 계속

[편집자주]신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짙은 그림자는 걷히지 않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중한 일상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위드코로나시대'. 뉴스1광주전남본부는 어려움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시민'들을 통해 희망을 찾아보고자 한다.

김경오빵집 김경오 사장(왼쪽)과 유재성 점장.2021.1.9 /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김경오빵집 김경오 사장(왼쪽)과 유재성 점장.2021.1.9 /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어렵게 창업했는데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많이 힘들었죠. 참 운이 없죠? 하하하"



광주 동구 계림동 푸른길 공원 옆 김경오빵집. 김경오 사장과 유재성 점장이 멋쩍은 듯 웃으며 말한다.

분위기가 이상하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면서도 얼굴엔 구김살이 없다. 오히려 웃는다. 속으로 삭히는 건지 '해탈'의 경지에 이른 건지 아리송하다.



유 점장이 덧붙인다. "이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겠어요?"
자신감일까, 자기 위안일까. 아직은 애매하다.

김 사장과 유 점장. 고등학교 동창이다. 둘은 지난해 5월21일 '동업'을 통해 야심차게 빵집을 차렸다.

김 사장이 10년 가까이 금남로에서 기반을 닦아놓은 '100% 유기농 우리밀과 천연 발효 빵집'을 콘셉트로 했다. 이름은 '김경오 빵집'으로 정했다. 본점은 금남로에 있으니 정확하게는 '김경오빵집 계림점'이다.


이들이 '계림점'을 오픈하기까지는 사연이 많다.

김 사장은 올해로 22년차 '빵쟁이'다. 대학 졸업 후 잠깐 의류업계에서 일을 하다 지난 1999년 무렵 '제빵'으로 업종을 옮겼다.

어렸을 때부터 요식업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컸다. 빵집에서 4년여간 '기술'을 배우고 개인 빵집을 오픈했다.

개업 후 5~6년간은 기존 방식으로 빵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와 같은 대형 업체와 경쟁이 되지 않았다. 차별화가 필요했다.

인터넷과 각종 자료, 서적 등을 통해 천연 발효 빵을 연구했다. 여러차례 시행착오 끝에 '100% 유기농 우리밀로 만든 천연 발효 빵'을 완성했다.

김 사장은 "보통 우리밀과 수입밀을 섞어 사용하거나 빨리 발효시키기 위해 화학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많다"며 "100% 유기농 우리밀, 100% 천연 발효라는 표현은 함부로 쓰지 못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100% 유기농 우리밀'을 사용하고 화학첨가물 없이 천연 버터, 천연발효로 빵을 만드는 곳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힘들어서다.

일단 반죽과 발효 숙성, 성형, 굽기 등 모든 과정이 까다롭다. 일반 밀가루에 화학첨가제를 이용하면 2시간 반 정도 지나면 빵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천연발효는 냉장 숙성을 통해 4~5일 정도 걸린다.

화학첨가제를 넣는 빵보다 잘 부풀지 않아 '예쁘게' 성형하기도 쉽지 않다. 밀가루 등 재료도 더 많이 들어간다. 당연히 원가 측면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보통 '빵쟁이'의 고집이 아니고선 지켜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반면, 잘 만들면 맛있고 건강한 빵이 된다.

김 사장은 "시중에 나와 있는 빵을 먹으면 화학첨가물이 많아 속이 더부룩하거나 쓰리고 불편한 경우가 많다"며 "우리밀 천연발효빵은 맛이 깔끔하고 속이 편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10년 무렵 금남로4가의 허름하고 조그마한 가게로 옮겨 '100% 유기농 우리밀 천연 발효빵'으로 승부를 걸었다.

식품박람회 등에 출품해 수상하고 대한제과제빵협회 광주전남협의회로부터 제과제빵 '명인'으로 인정받았다. 제과제빵 경진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김경오빵집 김경오 사장.2021.1.9 /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김경오빵집 김경오 사장.2021.1.9 /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승부수는 통했다. 빵을 먹어도 속이 편하고 맛있다는 손님들이 늘었다. 한 번 찾은 고객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

8~9년이 지나면서 유기농 빵의 가능성을 확인한 김 사장은 보다 넓은 공간에서 제대로 빵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 즈음 유재성 점장과 의기투합할 기회가 생겼다.

유 점장은 애초 제빵과는 거리가 멀었다. 컴퓨터공학과 전공인 유 점장은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벤처기업에 다니다 우여곡절 끝에 서른 즈음에 자동차 정비 일을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배웠다. 새벽 1시까지 대학 강의와 정비조합 교육을 들으며 기술을 터득했다.

7~8년가량 공부하며 배운 끝에 나름 실력 있는 '기술자'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쯤 아버지 건강이 약화해 서울 생활을 접고 광주로 내려와 카센터를 열었다.

카센터 개업 후 8~9년 정도는 잘 지냈으나 서울에서 정비하다 다치면서 생긴 목디스크가 심해져 전업을 생각했다.

카센터를 팔고 다른 일을 해볼까도 생각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때 만난 게 고교 동창인 김 사장이다.

유 점장은 지인 등의 도움을 받아 카센터 부지에 건물을 올리고, 김 사장은 '제빵 기술'을 통해 '김경오빵집'을 열자고 했다. 유 점장도 1년 넘게 제빵을 배웠다.

그렇게 '김경오빵집 계림점'은 문을 열었다.

계림점 오픈 후 빵은 내놓기 무섭게 팔렸다. '오픈빨'도 있었겠으나 며칠 되지 않아 '유기농에 맛있는 빵집'이라는 입소문이 났다.

밀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제빵 기술자를 4명으로 늘렸고, 매장 직원도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6명을 두었다.

'빵 나눔'도 진행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근처 '그룹홈'에 빵을 기부했다.

하지만 두 달쯤 지난 7월, 광주 도심에서 오피스텔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방문판매업 사무실로 사용하던 오피스텔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금남로와 충장로 등에는 인적이 끊기다시피 했다.

8월에는 8·15 광화문 도심집회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8월 말부터 9월 초에는 잇단 태풍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11월 들어서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통상 제빵업계는 무더운 여름이 비수기, 찬바람 부는 겨울이 성수기다.

하지만 11월 들어 광주에서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번지면서 이 같은 기대를 여지없이 깨뜨렸다.

매출도 20~30%에서 최대 반토막 났다.

매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해졌다. 원재료비도 더 늘었다. 국내산 팥의 경우 지난해 작황이 안 좋아 올해는 가격이 1.5배 이상 올랐다.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겨우 버티고 있지만 대출금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직원을 줄이거나 100% 유기농 우리밀과 천연 발효를 포기하지는 않겠단다.

유 점장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식구'로 지내는 직원들을 그만두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 월급을 못 가져가더라도 사람과 빵 맛은 지킬 것이다. 그룹홈 기부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린다고 했다.

"코로나19 와중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식당이나 카페 등 다른 모든 장사가 다 잘 돼야 덩달아 같이 잘 되는 거죠.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고 날이 따뜻해지면 좀 더 나아지지 않겠어요? 코로나19가 얼른 잠잠해지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참고 버텨야죠."

김경오빵집 전경.2021.1.9 /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김경오빵집 전경.2021.1.9 /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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