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머니투데이가 지난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10대 기업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75,500원 ▼600 -0.79%)의 비중이 68.6%로 2019년 62.9%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준으로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기업과 지난해 실적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기업의 국내 증권사 추정치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다.
지난해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이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착시 효과가 이 때문이다. 10대 기업의 실적 성적표가 사실상 삼성전자 하나에 좌우된 셈이다.
철강산업에서는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1년새 3조3689억원에서 2조3600여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에서도 삼성전자 쏠림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10대 그룹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7.1%)에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절반 수준인 3.3%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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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3.4%→2.8%), 기아차(3.4%→3.0%), 포스코(5.2%→4.1%), 현대모비스(6.2%→4.9%), CJ(4.5%→4.3%) 등 대부분의 수익성이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저조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업계 '투톱'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 (171,000원 ▼600 -0.35%)보다도 7배 이상 많은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시장 1위 업체와 나머지 업체의 실적을 가르는 칸막이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충격이 예상보다 컸다"며 "기업과 산업 부문에서도 선두권과 후발주자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반도체 수출이 102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5.1% 오르지만 전체 수출은 오히려 400억~500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나 홀로 호황'에 가린 수출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삼성전자 쏠림 현상은 '양날의 검'"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투자사에서 반도체 경기 부진을 경고할 때마다 나오는 삼성전자 위기론이 한국 경제 위기론으로 확산되고 시장을 뒤흔드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4대 그룹 한 임원은 "반도체 외에 전기차, 바이오, 인공지능 등 새로운 분야에서 서둘러 성장동력을 키워 특정 기업에 대한 지나친 편중 현상을 줄여야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